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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자 다이제스트>
▶중세의 가을(요한 하위징아 지음, 이종인 옮김/연암서가)=흔히 중세는 암흑기로 우울하고 비관적으로 얘기되지만 중세연구가 하우징아가 그리는 중세상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고 다채로운 빛깔이다. 저자는 특히 빛과 어둠을 가르는 황혼처럼 중세를 빈자와 부자, 도시와 시골,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대조’로 특징짓는다. 14, 15세기 중세 후기 프랑스와 부르고뉴 역사를 중심으로 서술한 이 책은 무엇보다 당시 문화사에 집중한다. 저자는 소박한 삶의 양식과 더 나은 세계에 대한 환상을 통해 이미 그 안에 화려한 인본주의의 싹을 갖고 있었다고 본다. 이 싹은 르네상스와 근대라는 수확으로 열매맺는다. 중세 후기를 관통하는 거시적 시각과 기사도 정신, 기마시합, 종교적 신비주의, 금욕적 경건주의에 대한 통찰이 놀랍다.

▶매스커레이드 호텔(히가시노 게이코 지음, 양윤옥 옮김/현대문학)=일본 추리문학의 한 축을 담당하고 히가시노 게이코의 작가생활 25년의 내공을 보여주는 작품.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게이코는 이 작품을 통해 추리소설의 재미와 함께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묵직한 화두를 담았다.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질 다음 장소로 매스커레이드 호텔이 예고된 가운데 무례하고 오만한 경시청 소속 닛타 고스케 형사는 호텔리어로 분해 범죄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닛타의 매력은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면서도 조금씩 인간적으로 성숙해가는 데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알고 시행착오를 넘어 특유의 집념으로 사건을 해결하고야 만다. 닛타와 한 팀을 이룬 노세, 빈틈없는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 등 개성있는 캐릭터, 촘촘한 구성 등이 돋보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신현림 지음/현자의숲)=에세이집이라 했지만 시집처럼 읽힌다. 힘들고 지칠 때, 시인이 털어놓는 솔직한 심경과 얘기들은 어떤 위로보다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더 이상 살아도 즐거운 일이 없을 것 같아요./이 몸 건드리면 금세 허물어질지 몰라요./(....)/다만 음악이 몸을 어루만지고 흘러가길 바랐죠’(‘나는 왜 이럴까’). 그가 세상을 견뎌내는 방법은 특별하지 않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기, 눈물도 흘릴 테면 흘려보내라는 식이다. 하루를 힘들게 보내고 모처럼 갖는 쉼, 어질러진 방이 눈에 거슬려도 치우지 말라고 말한다. 그의 극복방법은 상상력. 깨끗하다고 여기면 깨끗한거다는 해법이다. 빨래와 빨래집게가 바람에 나부낄 때 더 따스해보이듯이 보살피고 보살핌을 받아야 인생은 뜻깊어진다는 시인의 얘기도 쉽고 날카롭다.


▶한국 음악의 거장들(송지원 지음/태학사)=하이든,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 차이코프스키는 알아도 정작 성현의 거문고 스승 이마지, 음악 천재 김중열, 숙종대의 궁중음악가 한립, ‘관동별곡’ 저자 안축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이 책은 정작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전통음악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한국 음악가들을 친절하게 소개해 놓았다. 다산 정약용으로부터 기인으로 그려진 장천용의 이야기, 최악의 외모를 소유했으나 훌륭한 목소리를 타고난 오디오형 가수 남학, 동서양 퓨전음악을 소개한 홍대용과 박지원의 이야기를 포함, 타고난 음악이론가였던 정조, 절대음감의 소유자 세조 등 평소 우리가 접하지 못한 한국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열전형식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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