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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금·보험 월 50만건·3조 깼다
주택대출 원금상환능력 한계…버티고 버티다 미래안전판마저
4대銀 2010년 12월 해약 14만건…올 6월 17만건 17.6% 급증 

[헤럴드경제=금융팀]# 서울 사당동에 사는 직장인 김정민(45ㆍ가명) 씨는 얼마 전 아내와 상의 끝에 적금통장을 깼다. 주택대출 원금상환 기간이 다가오면서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동안 월급 실수령액 300만원 가운데 100만원가량을 대출이자로 내고, 두 자녀 밑으로 100만원 이상을 지출해왔다. 남은 돈으로 근근이 생활비를 충당해왔는데 앞으로는 이마저도 어려운 처지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는 김 씨로서는 불요불급한 적금을 희생양 삼을 수밖에 없었다.

원리금 상환능력이 한계상황에 이른 가구들이 미래 가계의 안전판인 적금ㆍ보험을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실물경제의 위축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계 살림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D(Debtㆍ부채)의 공포’ 가 다중채무자와 저신용자 등 일반 서민층에서 중산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공포가 서민층에서 중산층으로 확산되면서 적금ㆍ보험 해약도 늘고 있다. 불경기로 배달 일감이 줄어든 탓에 22일 서울 동대문시장엔 배달용 수레가 밧줄에 묶여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23일 헤럴드경제가 주요 시중은행과 보험사를 대상으로 적금ㆍ보험 해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자료를 제공한 4개 시중은행의 적금 해지 계좌 수는 2010년 12월 14만2000건에서 지난 6월 16만7000건으로 1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5개 대형 손해보험사들의 보험 해약 건수도 16만6000건에서 19만6000건으로 18.1% 늘었다. 또 이들 9개 회사에서 해지로 환급된 금액은 94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28%나 치솟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ㆍ손보사 외에 5개 주요 생보사에서도 지난달 18만건, 1조8000억원가량이 해지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를 추산하면 14개 주요 금융기관에서만 지난달 50만건, 3조원 이상이 생계자금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적금과 보험을 깨는 것은 돈이 아주 급할 때 사용하는 극약처방으로, 가계로선 사실상 마지막 수단이다. 더 이상 은행 대출이 불가능하고 제2금융권을 이용하자니 고금리에 엄두가 나지 않는 중산층마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제 살을 깎아먹는 것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 정체와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저소득서민층뿐 아니라 중산층 가계의 재무상태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면서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적금ㆍ보험 해지 사례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는 현재 1000조원 돌파를 바라보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0조원이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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