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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분양 주택만이라도 한시적 세금면제…특단대책 시급”
자고나면 법정관리…고사위기 건설업계 살릴 출구는

해외 건설시장 개척의 선두 격이었던 삼환기업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건설업계의 불황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이다. 주택경기 역시 정부의 거래활성화대책에도 불구하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드는 등 건설ㆍ주택산업이 최악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들 산업과 연관된 자재, 인테리어, 부동산중개업, 이사 등 이른바 서민 업종까지 불황이 확산되면서 300여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1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건설업계를 대변하는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 주택업계의 구심점인 김충재 대한주택건설협회장과 대화의 장을 마련해 현재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참석자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
김충재 대한주택건설협회장




-건설ㆍ주택산업의 위기가 대내외 악재로 날로 더해가는 분위기다. 현재의 시장을 어떻게 보는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하 권 장관)=과거 정부에서도 많이 노력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던 시장 안정화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본다. 작년 하반기 이후 전월세 가격이 안정되는 등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다만 가격이 내려간 대신 거래가 위축돼 서민이 어려워지고, 그 때문에 분양도 줄었다. 내부적으로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가계부채 문제를 같이 고려해야 하는데, 외부 영향이 생각보다 불리하게 작용하는 상황이다. 올해 초보다 거래량이 나아진 상황이지만 아직 상당히 어려운 상태다.

건설도 마찬가지다. 전체 건설산업에 있어 40% 정도가 토목이라면 건축은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60% 이상이 주택건설인데 주택시장이 위축되니 어렵다. 건축허가 물량을 보면 작년 55만호였는데 올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다. 다만 인프라 쪽에 있어서 복지투자 소요가 많아 사회간접자본(SOC) 확대가 만만치 않다. SOC 수준을 보면 갈 길이 먼데 너무 빨리 줄여 조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점도 매우 우려된다. 복지쪽으로 정책 중심이 흐르면서 건설은 제외되는 분위기다. 건설 복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프랑스는 도로를 복지 투자로 본다. 인프라는 산업경쟁력인 동시에 인간다운 생활을 지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요인을 어떻게 보고 있나.

▶권 장관=부동산은 현재 경기 사이클상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하는 세간의 이야기가 우려스럽다. 예컨대 우리가 90년대 일본과 상황이 다른데 자꾸 거기에 비교한다. 당시 일본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100%를 넘었지만 우린 47%선을 유지하고 있고, 과거 부동산 가격이 오른 양상도 다르다. 인구구조가 유사하다고 하지만 아직 2030년까지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일본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장기불황을 얘기하는 등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그런 것도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팩트를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고 본다.
침체의 늪에 빠진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건설단체 회장의 긴급 좌담회에서 참석자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시급히 처리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왼쪽부터 장용동 헤럴드경제 대기자,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 김충재 대한주택건설협회장. 김명섭 기자/msiron@

▶최삼규 대한건설협회장(이하 최 회장)=공사물량이 줄고 주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의 유동성 문제로 대기업집단 계열이 아닌 건설 전문기업은 자금난에 법정관리, 워크아웃 등에 처해 있다. 삼환기업 외 풍림산업 벽산건설도 전문기업으로 역사성이 있는 업체지만 어려워진 상태다. 금융권은 자기 몫만 챙기는 상황이어서 건설업체는 덤핑해서 공사하고 수익성이 악화되어가는 상황이다. 재벌그룹이야 계열사 공사로 충당하기도 하는데 순수 건설기업은 그런 것도 없어 난리다. 해외공사 5000억달러를 달성한 것은 좋은 얘기지만 해외 나가는 업체가 20~30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일감 부족에, 자금도 어렵고, 공사 수익성이 낮아 금리만도 못한 상황이다. 이래선 건설경기 회복은 물론이고 건설산업을 활성화할 수 없다.

-건설 전문기업을 우선 살리기 위한 대안은. 

▶최 회장=PF 관련 워크아웃, 법정관리 들어가면 금융권과 관계하는 게 제일 힘들다. 채권단과 시행사 양쪽은 핑퐁 싸움으로 가져갈 것만 가져가고 원할 때 자금이 제대로 지원되지 못한다. 지원금 규모도 적어 코끼리 비스킷 형국이다. 워크아웃 기업 상황이 악화되는 모습인데 우선 금융권이나 공모형 PF 사업 조정이 절대 필요하다.

또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공사입찰 때 알게 모르게 불이익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를 수주해야 벗어날 수 있는데 불안하니까 하도급 직불해도 하도급 업체는 빠지고 더 어려워진다.

▶권 장관=건설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하반기 2조원 규모의 PF 정상화 뱅크를 확충하고, 3조원 규모의 P-CBO 추가 발행, 건설공사 브리지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생각이지만 업계 입장에선 속이 안찰 수 있겠다. 아울러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혁신도시 건설을 앞당기고 민간투자사업을 조기 착공하는 등 하반기 건설투자를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충재 대한주택건설협회장(이하 김 회장)=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루빨리 국회에서 관련법안이 처리되어야 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을 주는 게 필요하다. 하지만 총부채상환비율(DTI)은 또다른 문제로, 이를 풀지 않으면 시장 반응도 우리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것이다. DTI, 양도세, 취득세 등도 완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집 산 사람, 전세 사는 사람도 집이 팔려야 빚을 갚고 이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지금은 팔리지 않아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전세가 역대 가장 오랫동안 오르고 있다는 데 모든 게 규제, 시장왜곡 탓으로 해석된다. 집 팔고 청산해야 하는데 빚쟁이나 전세받은 사람도 못 건지는 상황이다. 정상화 방안 나와야 한다.

▶권 장관=가계부채 문제도 만만치 않다. DTI 문제는 국가 전반적으로 가계부채가 너무 많으면 국가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발목이 잡혀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시장에 유효 수요가 없고 살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거라면 풀겠지만, 현 상황은 살 마음이 없고 기대가 없어서 그런 것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살 사람도 매입 시기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일례로 평촌이나 산본에 사는 과천 공무원도 집 팔아 전세로 살고 있다. 돈이 없어 그런 거라면 몰라도 살 마음이 없는 것은 문제다. 시중에 잘못 알려진 정보, 예컨대 일본과 비슷하다는 식의 장기침체 우려 등도 걷어내야 한다. 물가상승률에 비춰 돈 가진 사람들 인플레이션 헤징이 안되는 상황이다. 양적 완화가 될 경우 실물자산이 필요하게 될 때 부동산이 중요하게 떠오를 것이다. 경기순환적으로 볼 때 단기간 외생변수가 없을 경우 지금이 어느 정도 바닥 국면이라고 판단되는 상황이다. 상승 발판이 생긴 상황인데 일부 연구기관 등은 하반기 더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것이 시장을 더욱 악화시킨다.

-최근 서울 강남의 유망 아파트마저 1순위 분양에서 수백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지만 정작 계약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부적으로라도 DTI 조정이 필요치 않은가.

▶권 장관=소득만 따지다 보니니까 상환능력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 있다. 실질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을 듣고 있다. 1/4분기 발표하기를 911조원 상당의 가계부채 가운데 43%가 주택담보대출로 집계됐다. 이게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ㆍ주택구입자금으로 쓰인 것이다. 구분해서 보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김 회장=지방은 낫지만 수도권은 심리적으로도 위축된 상태다.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것도 적잖은 영향이 있다. 수도권에서 집 살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각별한 세제 및 금융대책이 절실하다. 이를 풀지 않고서는 거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 

▶권 장관=공무원 1만4000명이 세종시로 가고 3만7000명이 혁신도시로 옮기는 인구이동이 수도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수도권 주택 수요는 여전하다. 신도시와 택지지구를 지정, 개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교적 양호한 해외건설 부문에 중하위권 업체의 확대 진출방안은 없나. 상생을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나.

▶권 장관=적극 노력 중이다. 외교사절단에도 같이 포함시키고 이라크와 남미쪽 인사를 만날 때도 공동진출내지는 상생방안을 찾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바 있다. 다만 작은 업체가 국제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어 교육 프로그램을 많이 갖추는 상황이다. 적극적으로 교육을 보완하고 동반진출 시 인센티브를 적극 확대해 나갈 것이다. 현재 이와 관련, 제도 등을 적극 검토 중이다.

-보금자리주택에 대해 말이 많다. 향후 어떻게 되나.

▶권 장관=분양가상한제를 그대로 두는 상황에선 왜곡될 수밖에 없다. 분양가상한제 상황에선 보금자리를 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니 자연히 대기수요가 많이 생기고 민간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시급히 폐지되어야 한다. 

▶김 회장=임대주택만 정부가 건설하고 나머지는 민영으로 돌려야 한다. 부영 임대주택의 경우를 봐도 경쟁력 있지 않나. 임대도 민간에게 넘기면 경쟁력있게 건설, 운영된다. 또 집 가진 사람이 팔지 못해 문제인데 규제를 더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시장제도도 많이 투명해졌지만 규제보다는 지원 쪽에 정책대안의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권 장관=가격 급등기 도입했던 정책을 큰 틀에서는 대부분 걷어냈다. 5ㆍ10대책에 내놨던 정책은 내년 해결할 것들이다. 금융 쪽엔 DTI, LTV 등이 남았다. 취득ㆍ등록세의 경우 1%였다가 작년에 다시 2%로 올랐는데,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물가가 높아지면서 실질 부담이 늘어난 것으로 아는데 연구하고 있다.

-거래활성화를 위해 추가로 필히 검토되어야 할 사안은.

▶김 회장=다주택자 규제를 풀면 전셋값도 오르지 않을 것이다. 미분양 물량만이라도 매입해 전세로 돌릴 경우 다주택자에 불리하지 않게 한다면 업계가 숨통을 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시 외환위기 극복 차원에서 미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등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 시행한 바 있다. 현재 주택업계의 고사 상태와 하우스 푸어의 급증 상황, 지속적인 전월세 상승 등을 감안한다면 보다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미분양주택에 대해서만이라도 세제 및 금융혜택을 지원해야 한다. 여유계층이 빈집을 사서 임대를 놓을 경우 상시적인 전세난과 전세보증금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최 회장=생애최초주택자금 같은 건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서 무주택자 집을 사게끔 하는 방안도 절대 필요하다고 본다.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아주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제도야말로 무주택자는 물론 건설업계에도 도움이 된다. 취득ㆍ양도세 내려서 무주택자가 자기 집을 사게끔 하는 것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권 장관=기금 등이 추가로 필요한 부분이다. 일단 무주택자의 내집마련을 위해 하반기 생애 최초 주택자금 규모를 3조원대 이상으로 늘리고 금리도 더 낮게 내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요창출 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월세 안정과 여유자금의 주택시장 유입을 목표로 기업형 임대사업자를 적극 모색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재산세ㆍ종합소득세ㆍ종부세 등의 세제지원을 종합적으로 고민해보겠다. 


<정리=백웅기 기자>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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