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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방 하나가 에쿠스값. 현대차 자존심은?
[헤럴드경제=김대연 기자]일명 (쇼핑)토트로 불리는 가방 1개, 현대차 대형 세단 에쿠스 1대가 나란히 있는 사진이 화면에 떴다.

“공통점이 뭘까요?”

웅성거리지만 도무지 답은 안나온다. 강연을 맡은 이종규 보테가베네타 코리아 대표가 예상이라도 한듯 “정답은 가격”이라고 말하자, 객석에선 “아...” 하는 짧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이 대표가 되물었다. “자존심 상하십니까?”

현대자동차가 최근 명품(名品)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양재동 본사 서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보테가베네타 강연이 대표적이다. 보테가베네타는 상위 0.1%를 위한 구찌그룹의 최고급 브랜드. 로고도 안넣지만 핸드폰 줄 하나에 15만원, 까바로 불리는 악어백은 에쿠스와 비슷한 1억원에 달한다.

이날도 오후 3시면 근무 시간지만 상품ㆍ영업, 마케팅, 재경 등 본사 전 부문과 국내영업본부 전 임직원이 대거 강당을 찾았다. ‘본사 과장 이상급은 필참’이라고 공지한 탓인지, 어림 잡아도 약 600여명이 강연을 들었다. 

이 대표가 보테가베네타의 ▷최상의 소재 ▷독보적인 장인정신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 ▷현대적 기능성 등 4가지 기본 원칙(초석이라고 표현)을 설명할 때는 메모를 하기도 했다. ‘현대차도 명품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주장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한 공감대를 표시했다. ‘수입차를 탄다’는 이 대표에게 모 현대차 임원이 일어나 “제네시스도 정말 좋다”고 응수하자, 이 대표는 “성공에 대한 보상으로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타도록 (브랜드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해 박수를 받았다.

현대차가 이 처럼 명품 공부에 나선 까닭은 ‘명차를 팔려면 먼저 명품을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5위 자동차 브랜드이지만 아직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는 이미지는 이에 걸맞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마케팅 전략팀 관계자는 “현대차 이미지를 고급화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상품 외적으로도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부분에서 배울 게 많아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작년 1월 브랜드 방향성을 ‘모던 프리미엄’으로 정하고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의미)’를 슬로건으로 제시하며, 이를 구체화 하기 위한 브랜드 콘셉트로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를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초에는 경기도 용인 마북에 있는 인재개발원에 협력사 대표 300여명 초청, ‘부품도 명품으로 만들어 달라’며 브랜드 고급화 전략의 동참을 요구했다. 

물론 브랜드 고급화는 국내 모든 기업이 최근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애플이 1위인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한국기업은 삼성전자(55위)가 유일하고, BMW가 1위인 ‘세계 100대 명성 기업’에서는 매출과 이익률이 모두 높은 현대자동차가 96위에 불과한 현실의 벽을 넘기 위해서다. 39.3%라는 애플의 높은 영업이익률(1분기 기준)에서 알 수 있듯, 제품 고급화는 부가가치가 높고, 경기를 안타는 상위고객 대상 사업이 가능하며, 경쟁사와 확실한 차별화가 된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고급 브랜드들과 콜라보레이션(협업)을 강화하고, 작년 말 제일모직이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콜롬보를 인수한 것도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그동안 양적성장에 치중해온 국내 기업들이 이제 질적성장을 넘어, 브랜드 고급화라는 커다란 과제에 맞닥뜨렸다. 이날 현대차가 임직원에게 나눠준 (시장을 통째로 바꾸는) ‘게임체인저’ 책 제목이 당연히 목표다.

sonam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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