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전격 인하한 것은 하반기 경제 전망이 매우 어둡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재정 투입 계획 발표에 이어 금리 정책까지 동원된 점으로 미뤄, 한은은 우리 경제가 극약처방 없이 버틸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하반기 한국 경제가 비관적이란 분석이다.
애초 시장은 이달 금리 동결을 점치면서 한은이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의 정도와 속도를 좀 더 지켜볼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수출 둔화는 이미 예상된 데다 금리를 내리더라도 글로벌 경기 침체를 방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또 불확실성이 높은 상태에서 물가와 가계부채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하보다 동결에 무게중심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은의 전격 금리 인하는 침체의 늪이 예상보다 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침체의 원인은 그리스에서 시작한 유로존 재정위기다. 유로존 국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실질적 해결이 늦어지며 위기가 장기화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시장의 불안심리는 여전하다.
국내에서도 침체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로존 위기로 수출 둔화가 불가피해지면서 내수의 중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닫힌 지갑은 좀체 열리지 않았다. 가계부채가 소비를 억누르고 있는 데다 집값 하락으로 하우스푸어들의 시름은 깊어졌다.
대형 마트는 4~6월 석 달 동안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줄었다. 3개월 이상 감소한 것은 2009년 6~9월 이후 처음이다.
6월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1월(11.2%)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인 13.7%에 그쳤다. 국산차 판매량은 3.7% 줄었다. 내수가 수출 둔화를 상쇄한다는 기대를 접게 만드는 지표들이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우리 국민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1분기 실질국민소득(GNI)은 전분기 대비 0.2% 증가했을 뿐이다.
한은은 지난 4월 올해 경제 전망을 수정 발표하면서, 민간소비 증가율을 3.2%에서 2.8%로 낮춰 잡았다. 또 한 차례 하향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도 지난해 12월 3.7%에서 지난 4월 3.5%에 이어 이번에는 3%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애초 정부가 예상했던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은 물 건너 갔다. 이 흐름은 유로존 위기가 1분기에 정점을 찍을 것이란 예상에서 나온 것이다. 유로존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금리 인하로 물가 상승 압력은 불가피해졌다. 그나마 최근 물가 안정은 금통위의 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줬다.
또 지난 5일 유럽 중앙은행(ECB)과 중국 중앙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도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금리 격차로 해외 유동성이 국내로 들어올 경우 환율 하락 요인이 되면서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금리 인하를 통해 해외 유동성의 국내 유입을 어느 정도 막겠다는 의미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쏠려 있다. 하반기 경제를 매우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만큼 추가 인하가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13일 하반기 경제 전망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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