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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 ‘찜’해 주는 명당빌딩 있다?
여야 잠룡들 여의도 빌딩숲 터잡기 경쟁 치열

대권을 거머쥐기 위한 길은 길고도 험난하다. 여의도에서 대권으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은 핵심 참모조직이면서 야전사령부 격인 ‘캠프’를 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이 12월 대선을 앞두고 들썩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권은 천운을 타고 잡아야 하는 거사(巨事)인 만큼 명당에 캠프를 차리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소위 ‘대통령 운’이 깃든 터전을 잡기 위한 쟁탈전도 치열하다. 또 각 대선 주자의 캠프 분위기와 운영 방식은 대선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여야 대권 주자들은 주도면밀하게 터를 잡은 후보부터, 당장 자리가 나는 곳을 잡은 후보까지 사연도 다양하다. 이와 함께 선거캠프 사무실을 아예 ‘카페’ 콘셉트로 잡은 후보가 있는가 하면, 전투정신으로 무장한 후보도 있다.

명당을 잡아라=캠프에도 명당이 있다. 대다수의 후보가 여의도를 선호하는 이유는 국회나 정치권 인사들과의 접근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한국 정치사의 대통령을 낳은 상징적 터전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이왕이면 서여의도 빌딩 숲 일대 중앙부에 위치하면 좋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밥상머리에서도 모서리를 꺼리듯, 되도록 모퉁이를 피하려는 것도 권력의 중심에 우뚝 서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지난 2일 정식으로 문을 연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선거캠프는 1997년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캠프가 차려졌던 대하빌딩에 안착했다.

흰 외벽의 대하빌딩은 탁 트인 입구와 환한 로비가 특징이다. 새누리당 당사 바로 앞에 위치해 접근성도 좋다.

박근혜 캠프는 이 건물 2층에 둥지를 틀었고, 7층에는 박 전 위원장 최대 외곽조직인 국민희망포럼이 자리해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바로 위층(8층)에는 야권 대선 주자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외곽조직 생활정치포럼이 있다. 여야 후보가 위ㆍ아래층 이웃으로 경쟁하는,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대하빌딩은 정치권에선 명당으로 유명한 건물이다.

과거 유명 역술인이 대하빌딩을 “제왕지기(帝王地氣)가 서린 곳”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던 곳. 2007년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외곽 지원그룹도 이 건물에 입주해 대선을 치렀고, 과거 민주노동당도 이 건물에 둥지를 틀고 첫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풍수지리까지 감안했을까. 박근혜 캠프 관계자는 그러나 “여의도 일대에 이 정도 규모의 큰 공간을 6개월간 한시적인 시간 내에 빌리기가 어렵다”며 “일단 자리가 빈 곳을 재빨리 찾아 ‘찜’한 것”이라고 가볍게 말했다.

朴 캠프 ‘카페’, 非朴 캠프 ‘전장’=각 대선 주자의 캠프 분위기도 대선 주자별 분위기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박근혜 캠프는 ‘카페’ 분위기다. 기존 딱딱한 느낌의 캠프가 아닌, 젊은이들이 자주 찾고 익숙해하는 카페 분위기로 발랄함을 더했다. 의자 컬러도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을 골랐다. 빨간 카펫이 브리핑룸 중앙에 깔려 있고, HD 벽걸이 TV가 설치됐다.

상대적으로 평온한 분위기의 박 전 위원장 캠프에 비해 비박 주자들의 캠프는 비장한 각오가 묻어난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선거캠프는 ‘전장의 비장함’ 그 자체다. 입구에 들어서면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사람”이란 글귀와 계란이 날아가 바위를 두 동강 내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김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 선언 당시 “계란으로 바위를 치겠다”는 결기를 드러낸 것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사무실 안쪽에는 김 지사의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 바로 옆엔 “2012 최후승리”라는 문구로 패기를 불어넣었다.

위치도 박근혜 캠프와 대각선 방향에 둥지를 틀었다. 김 지사가 입주한 서여의도의 랜드마크인 렉싱턴호텔 앞 남중빌딩에는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도 나란히 터를 잡았다. 5월 4일 정 전 대표가 9층(80평)에 입주하고, 열흘 뒤 4층(140평)에 김 지사가 캠프를 차렸다. 남중빌딩도 2010년 6ㆍ2 지방선거 때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캠프를 차려 시장에 당선된 건물이다.

또 다른 비박 주자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캠프는 입지부터 ‘도발적’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평소 지론대로 새누리당 당사가 입주해 있는 한양빌딩 9층(50평)에 캠프를 차렸다. 호랑이는 당내 가장 유력 주자인 ‘박근혜’를, 호랑이굴은 ‘당사’를 뜻한다고 했다.

입주 후, 임 전 실장 측이 건물 외벽 절반쯤 뒤덮은 얼굴 사진을 내건 것도 ‘사건’이었다. 그는 얼굴 사진 밑에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새롭게 나아갈 것인가?”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나름의 홍보 전략으로 채택했다. 당내 친박계 내에선 “저렇게 큰 사진은 좀 그렇지 않느냐”며 황당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실제 혼란도 적지 않다. 당사나 캠프 쪽에는 “임태희가 당 대권 후보가 됐느냐”는 문의가 쏟아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야권 캠프는 각양각색=손학규 상임고문 캠프는 ‘매머드급’이다. 신동해빌딩 11층 전체를 빌려 선거캠프를 차렸다. 200평 규모로 자리 잡아 전략 기획과 메시지, 공보, 조직 등의 업무가 이뤄진다. 현재까지 규모 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손 고문의 캠프는 일찍부터 대선을 준비해왔던 만큼 상주인원도 40여명에 이른다. 또한 캠프 멤버도 2007년 대선 경선 때 인연이 대부분 이어지면서 눈빛만 봐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는 평가다.

문재인 상임고문의 경선캠프는 아직 ‘준비 중’이다. 오는 5일 여의도 증권가에 위치한 동화빌딩에 입주할 예정이다. 350평의 대형 규모로, 손 캠프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 고문 측에서 대규모 공간을 필요로 했는데 국회 앞 서여의도가 만원(滿員)이라 증권가가 위치한 동여의도에서 임대계약을 체결했다는 후문이다. 문 고문 측은 “캠프에는 50평의 카페가 만들어진다”며 “부산 사상의 선거 사무실에서 했던 것처럼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이 자유롭게 어울릴 수 있는 개방된 공간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투트랙 캠프’를 차렸다. 기계회관 6층 80평에 지휘부가 메인 캠프가 들어서고 금영빌딩 7층(60평)에 싱크탱크 ‘국민시대’ 사무실도 열고 있다. 기계회관엔 후보실과 홍보ㆍ기획ㆍ전략본부가, 금영빌딩엔 조직본부가 위치하게 된다. 또한 당내에서 많은 중진이 지지하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이미경ㆍ김진표 의원이 좌장 역할을 하면서 전병헌 의원이 실무를 총괄하고 최재성 의원은 전략ㆍ홍보기획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욱 의원은 비서실장 역할을 수행한다.

김두관 경남지사의 경우 공식 캠프는 아직 없지만 캠프 멤버 간 끈끈한 유대감이 강점이다. 현재 산정빌딩 10층에 50여평 규모로 자리 잡은 자치분권연구소가 실질적 캠프 역할을 맡아왔는데, 이곳의 상주인원은 20여명. 특히 이곳은 오는 8일 김 지사가 땅끝마을에서 출마를 선언하면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대선캠프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 지사를 지원하는 외곽 단체들도 여의도 대하빌딩 등에 속속 사무실을 열고 있다.

대선 출마 결심을 밝히지 않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경우 캠프 사무실이랄 게 따로 없다. 그의 언론 담당인 유민영 한림대 겸임교수도 커피숍 등을 전전하며 정치부 기자들과 만나는 실정이다. 안 원장은 수원에 있는 대학원장실 이외에 개인 사무실을 갖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안 원장이 별도의 사무실을 내는 것 자체가 대선 출마의 신호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조민선ㆍ양대근 기자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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