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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력자도·재력가도 주인이 될 수 없는 공간
국가 의전 서열 상위 순번에만 허락된 公館…정권 실세의 힘으로도 대기업 회장의 재력으로도 어쩔 수 없는…
보안상 필요·외교적 의전 용도로 제공
주거 위한 사적공간인 동시에 공적공간
청와대 가깝고 풍수길지 한남동에 집중


최고 권력의 상징, 국가의 품위를 대표하는 공관(公館)이 요즘 권력가 주변에 화제다. 통일부는 장관의 공관 신설을 추진하고 있고, 비가 샐 만큼 노후화한 국정원장의 내공동 공관도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국무총리실이 12월 세종시로 완전 이전하면서 삼청동 총리공관을 어떻게 활용할지 또는 2개의 공관을 유지할지도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공관이 이처럼 골치 아픈 이유는 자본주의의 최첨단에 서 있는 대한민국이지만 아무리 돈을 많이 지불한다고 해도 구입할 수 없는 저택이기 때문이다. 정권 실세의 권력도, 대기업 회장의 재력으로도 불가능하다. 5000만명 가운데 극히 일부에게만 허락된 주거지, 고위 공직자들이 평상시 살면서 공적인 일도 보는 공관(公館)은 현직에 있는 동안에만 사용할 수 있으며 국가 소유다. 공관은 해당 고위공직자가 주거하는 사적인 공간인 동시에 외교사절을 비롯한 외빈을 맞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공관은 단순 주거의 개념이 강한 관사(官舍)와도 다소 차이가 있다.

공관은 안보 및 보안상 필요나 외교적인 의전 용도로 활용되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라 해서 모두 다 공관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안보와 보안이라는 이유로 공관에 대한 자세한 내용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각 기관별로 관행과 내규에 따라 공관을 운영하다 보니 명백한 법 규정도 없는 형편이다. 다만 정부청사 관리 규정 등 관련 법규에 따라 국가 의전 서열 상위 순번 고위 공직자들에게 공관이 지급되고 있다.

최고 권력의 상징이면서 국가의 품위를 대표하는 공관(公館)이 요즘 권력가 주변에서 화제다. 통일부는 장관의 공관 신설을 추진하고 있고, 12월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무총리실은 삼청동 공관과 세종시 신축 공관을 두고 ‘두 집 살림’을 고민하고 있다. 사진은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 전경.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국가 의전 서열 상위 순번에게만 허락된 혜택=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의 공관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자리하고 있다. 1993년 완공됐으며 황낙주 전 의장이 처음 입주했다. 부지는 약 9596㎡에 이른다. 지난 2월에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박희태 전 의장이 이곳에서 검찰로부터 방문조사를 받는 수모의 현장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의전서열 3위이자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의 공관도 한남동에 위치해 있다. 역대 대법원장들은 1959년부터 1979년까지 지금은 서울시장 공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혜화동 공관을 이용하다 이후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지난 2010년에는 ‘PD수첩 광우병보도 무죄 판결’에 반발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법원장 공관 앞에 진을 치고 있다 출근 중이던 이용훈 전 대법원장 차량에 계란을 던지는 등 기습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의전서열 각각 4위와 5위인 헌법재판소장과 국무총리의 공관은 종로구 삼청동에 자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장 공관은 대지 2810㎡, 연면적 960㎡ 규모로 가회동 헌법재판소와는 차로 5분 거리다. 1988년 설립된 헌법재판소는 한동안 소장 공관이 없다가 김영삼 대통령이 1993년 박정희 대통령 안가로 사용되던 청와대 부속 가옥을 공관으로 사용토록 조치하면서 공관 확보라는 숙원을 풀었다. 이 공관은 한때 원소유주가 국가안전기획부의 강압과 협박에 의해 팔게 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에 휘말린 적도 있다.

청와대 옆에 위치한 국무총리 공관은 경복궁을 바로 옆에 끼고 있는 만큼 역사적 뿌리도 깊다. 총리 공관터는 조선 중기까지 왕자들이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태화궁 자리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1961년까지 국회의장 공관으로 사용되다 국회의장 공관이 한남동으로 옮긴 뒤부터 국무총리 공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2층 석조건물인 본관은 노신영 총리 재임 때인 1985년 일본식 목조건물을 헐고 신축한 것이며 오찬ㆍ만찬장으로 이용되는 삼청당은 한옥별당을 증개축했다.

이밖에 의전서열 6위와 7위인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감사원장, 장관급으로는 외교통상부 장관과 국방부 장관, 그리고 합참의장, 육·해·공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 군 지휘부와 검찰총장, 경찰총장도 공관이 허락된 극소수에 포함된다.


▶공관은 왜 한남동에 몰려 있을까?= 눈길을 끄는 것은 상당수의 공관들이 서울 한남동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남동에는 국회의장을 비롯해 외교장관, 국방장관,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의 공관이 몰려 있다. 최근에는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이 한남동에 장관과 원장 공관 설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주변에 이탈리아, 스페인, 태국 등 주한 외국대사관도 많아 ‘한남동 공관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남동이 공관 입지로 선호된 데는 권력의 중심인 청와대와 비교적 가깝다는 편리성이 우선 작용했다. 또 군부대 이전으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넓은 국유지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조망권과 교통이 편리하다는 점도 감안됐다. 특히 공관이 밀집해 경호상 편리성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풍수지리상 길지이기 때문에 공관들이 운집하게 됐다는 흥미로운 ‘설’도 있다. 실제 한남동은 서북쪽으로 남산을 등지고 남쪽으로 한강을 굽어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이다. 한남동의 이름 자체가 한강(漢江)과 남산(南山)에서 한 글자씩 따와 지은 이름이기도 하다. 국운 상승을 도모하기 위해 고위 공직자들이 머무는 공관의 위치를 정할 때 풍수지리까지 신경 썼다고 하면 크게 타박할 일은 아닐 듯싶다.

이밖에 감사원장 공관은 서울 평창동에 자리하고 있으며 해군과 공군참모총장의 공관은 서울 대방동에 위치해 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혜화동 공관이 국가지정 사적 10호인 한양도성을 담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조만간 성북동이나 평창동쪽으로 공관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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