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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리더십이 부른 ‘외교참사’
한·일 군사협정 꼼수처리…李대통령 임기말까지 不通·不通·不通
“이명박 대통령의 CEO 리더십에 따른 성과주의가 부른 외교 참극.”

해방 후 첫 한ㆍ일 간 군사협정인 한ㆍ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을 ‘꼼수 처리’해서, 결국 ‘외교 결례’ 파문 끝에 무기한 보류된 데 대해 정치권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를 막는 과정에서 ‘명박산성’을 쌓으며 ‘불통 대통령’으로 낙인찍혔던 이명박 정부는 임기 말 또다시 불통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

국정 전반에 깊숙이 퍼져 있는 대통령의 ‘내가 옳다’는 최고경영자(CEO) 리더십이 이번에도 문제다. 국민적 합의와 절차가 중요한 민주주의에서, 효율만을 강조한 극단적 성과주의 논리를 끝내 버리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한ㆍ일 군사협정 파문의 핵심은 두 가지다. 민주정부로서 떳떳하지 못한 절차와 속임수, 그리고 그 상대가 국민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일본인 데다 협정의 당위성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회의 반대와 국민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6일 한ㆍ일 군사협정을 비밀리에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국무회의 전 공개한 목록에서 이 안건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으며 회의가 끝난 뒤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음날 헤럴드경제의 특종 보도로 전모가 들통이 났는데도, 정부는 ‘대외비 안건’이기 때문에 비공개로 했다고 했고, 7월 초 국무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라는 거짓말로 무마하려 했다.

결국 국민을 속이고 꼼수처리한 사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 방식이 잘못됐다는 점을 여러 번 지적했지만 의결 당시 언론에 알리지 않은 것은 청와대의 의중이었다”고 밝힌 것은 결정적 증언이다. 국회 동의 여부를 떠나 외국과 협정을 추진하는 권력의 원천도 국민에게서 비롯된다는 엄연한 진실을 망각한 셈이다.

국민적 정서와도 통하지 못했다. 협정내용과 관련, 시각에 따라 찬반이 있지만 한ㆍ일 양국 간의 특수성을 감안했다면 더욱 투명한 절차와 국민 설득작업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논란이 됐던 ‘종북(從北)’은 남한의 역린(逆鱗)이지만, ‘친일’은 한민족의 역린이다. 과거사 문제, 독도문제 등과 관련된 일본의 도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협정을 체결했을 때 뭐가 달라지는지, 우리 측에 이익은 뭔지, 이 협정이 동북아 전체 안보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국방부는 물론 외교통상부조차 뚜렷한 답변을 제시하지 못했다. 때문에 ‘친미ㆍ친일’이라는 비판까지 자초하고 말았다.

결국 민주와 통하지 못하고, 국민정서와 통하지 못한 청와대의 선택은 현 정부의 수명을 8개월가량 줄이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12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그 누구도 ‘친일’이란 역린을 건드린 정부와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할 것이 뻔하다.

야당은 당장 책임자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고, 새누리당 역시 협정 체결에 회의적이다.

국가안보를 위해 한ㆍ일 군사협정을 체결해야 한다는 불가피성은 절차적 문제로 인해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게 됐다. MB정부의 불통이 자초한 재앙이다.




<홍길용ㆍ신대원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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