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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리세스오블리주>⑪대한민국 처음 소비자가 기업나눔에 직격탄 날리다
[헤럴드경제=김영상ㆍ홍승완 기자]우리 시대의 소비자들은 발칙(?)했고 대담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나아가 포괄적인 나눔경영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나눔경영에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기업들이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마다 거액을 들여 언론무마용, 위기무마용으로 하는 사회공헌에 친근감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마케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4.0시대에 돌입했는데 기업나눔만은 유독 1.0, 2.0시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사회공헌을 억지로 하는 듯한 인상이 지배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지난 21일 열린 국내 최초의 소비자가 주도하는 ‘사회공헌 콘퍼런스 2012-소비자, 기업과 사회의 상생을 말하다’ 행사에서 나온 소비자들의 기업을 향한 직격탄이다. 이 콘퍼런스는 전문가나 기업 관계자가 아닌 소비자들이 처음으로 직접 기업과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사회공헌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콘퍼런스는 소비자브랜드위원회가 주최했고, 소비자포럼이 후원했다. 행사는 소비자와 기업 관계자 700여명이 참석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이날 소비자평가단 10개팀은 ‘소비자가 제안하는 대한민국 사회공헌 10대 어젠다’를 발표했다. 기업 나눔 방향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진단하고, 사회와 상생하려면 어떤 비전과 철학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지 소비자들은 날카롭게 분석했다.

소비자 평가단은 지난 3개월 동안 자발적인 공모를 거쳤고, 심도 있는 스터디를 했다.

이날 발표된 10대 어젠다는 ▷CEO와 사회공헌 ▷패러다임의 변화와 사회공헌 ▷브랜드와 사회공헌 ▷투명성과 사회공헌 ▷가치순환과 사회공헌 ▷차별화된 스펙과 사회공헌 ▷동행과 사회공헌 ▷호흡과 사회공헌 ▷장인정신과 사회공헌 ▷아이덴티티와 사회공헌 등이다.

이날 소비자가 내놓은 메시지의 핵심은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현재 국내 사회공헌이 단순 기부나 자선 중심에서 벗어나 파트너십과 자원봉사 중심으로 일취월장하고 있지만, 비용 부풀리기나 오너들의 비윤리적 행동들로 인해 진정성 없는 사회공헌으로 변질시켰다”며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억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닌 ‘기쁨과 보람을 선사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나눔이 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돈을 어마어마하게 쓰면서도 정작 수혜 대상 중 하나인 소비자가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기업 사회공헌 방향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것이다. 
국내 최초로 열린 소비자 주도의 ‘사회공헌 콘퍼런스 2012’에서 소비자가 주제발표를 통해 직접 기업나눔의 현실에 대해 해부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dlm.com

기업 입장에서는 서늘한 비판도 나왔다. ‘CEO와 사회공헌’을 발표한 김우현 팀장은 “우리가 기업에 반감을 갖는 이유는 부정부패, 불법승계 등의 이미지도 큰데, 그 중심에는 바로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있다”며 “반기업 정서의 원인은 바로 CEO에 있으며, CEO가 변해야 기업도 변하고 기업 사회공헌도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명성과 사회공헌’을 발표한 박은영 팀장은 “당당하게 드러내지 못하는 사회공헌은 실체가 없는 허울과 다름없다”며 “소비자와 소통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인 사회공헌은 소비자와 기업 사이에서 거짓없이 맑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콘퍼런스의 백미는 어젠다 발표 후에 곧바로 이뤄진 ‘배틀 오디션’이었다. 이날 예선을 거쳐 결선에 오른 6개팀은 소비자 청중 앞에서 사회공헌 주제발표 배틀 게임을 가졌다. 스타 오디션처럼 청중들은 6개팀의 발표를 듣고 점수를 매겼다.

6개팀의 발표는 창의적이었고, 파격적이었다. 기업 나눔에도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기업 나눔에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6개팀의 발표 내용을 요약한다.



▶컬처쇼크팀=사회공헌을 사회공감으로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다양하다. 사랑의 김장, 연탄배달, 도시락배달 등등. 공유가치창출(CSV)이 사회공헌의 새로운 방향으로 등장했다. 삼성의 그린메모리, 유한킴벌리의 시니어 용품사업 등이 대표적인데, 기업과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런데 이런 활동에 우리는 공감하고 있을까. 매년 5조원씩 기업들은 사회공헌에 쏟아붓는다고 하는데, 인식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명확하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 김치, 연탄, 도시락, 장학금 하면 떠오르는 기업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공헌 브랜드를 말하고 싶다. 고객의 가슴에 하나의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다. 기업이 브랜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소비자의 마음에 남기는 것이다.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유한킴벌리의 예는 교훈이 된다. 소비자들은 제품보다 사회공헌 캠페인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기억한다. 이게 바로 사회공감이다. 사회공헌을 사회공감으로 이뤘을 때 기업과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바람직한 토대를 만들 수 있다.



▶다이렉트팀=기업, 소비자 그리고 사회 그들의 짝을 찾고 싶다

짝, 사전적 의미로 둘 또는 그 이상이 어울려 한 쌍을 이루는 것이다. 여러분, 짝사랑한 적 있나요. 짝사랑은 하는 방법에 따라 애틋한 로맨스가 될 수도, 스토킹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사랑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기업들은 모두 지출액 증가를 보여주면서 사회공헌을 강조한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사회공헌금액이 130%가 늘었단다. 양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이 많은 돈이 어디에 쓰이나. 기업에 어떤 분야에 어떤 지출을 하는가라고 물었더니, 교육 45%, 사회복지 37.2% 등에 쓴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좀 이상하다. 이런 지출로 소비자 마음의 문을 열수 있을까.

H기업이 있다. 글로벌 해외봉사단을 매년 1000명씩 보낸다. 근데 어떤 낯선 사람이 다가와 15일 동안 ‘사랑한다’고 하는 느낌이다. 진심을 느끼기엔 짧다. 사랑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기부를 단순히 주는 것(Give)에서 끝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기부를 기브가 아닌 기프트(Gift) 차원으로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소비자는 빗속에 있다. 기업들은 돈을 줄까, 김치를 줄까 하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우산이다.


스타 오디션 위대한탄생2 우승자인 구자명 씨가 사회공헌 콘퍼런스에 재능기부로 출연, 노래를 부르기 전 사회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구 씨는 “저도 소비자인데, 이런 콘퍼런스가 정착돼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해묵 기자/mook@heradlm.com

▶새폴더팀=뻔한 CSR, 다른 이름으로 저장

사람들은 우리 기업들의 CSR 기틀이 닦였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전문성이 부족하고, 사회적 인식이 미흡하다고 내부적으로 고민한다. CSR가 뻔하다는 이야기다. 이걸 어떻게 바꿀 것인가.

먼저 펀(fun). 재미가 있어야 한다. 우리 소비자가 사회공헌에 관심없는 것은 재미없기 때문이다. 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펀 워크다.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사람이 먼저 재미있어야 한다. 둘째 즐거운 CSR여야 한다. 현재는 착한소비자들이 등장하는 시기다. 이 둘을 동시에 강타할 수 있는 것은 재미다.

하지만 펀은 양념이다. 결국 CSR의 메인은 ‘적합성’이다. 그 기업에 맞는 CSR를 해야 한다. 우리는 적합성이 진정성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본다. 우리 기업만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으면 된다.

폴크스바겐은 재미있게 기업의 사회공헌을 한다. 예컨대 속도위반자를 카메라로 찍어 그 벌금으로 기금을 모으고, 반대로 속도를 지킨 사람은 복권을 발급한다. 그래서 형성된 기금을 준다. 이걸 했더니 평균 시속 25㎞, 속도가 22%나 감속했다.



▶MVP팀=사회공헌학 개론

전경련 자료를 보면 지난해 기업 사회공헌 비용이 3조원을 넘었다는데, 소비자 인식은 매년 제자리다. 사회공헌이 뭘까. 사전을 찾아보면 첫째 뜻은 힘써 이바지함이고, 둘째 뜻은 공물을 바친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은 첫째를 원하는데 기업들은 둘째만 하고 있다.

사회공헌에는 크게 두 가지 공식이 있다. 첫 번째 공식은 ‘2-1=0’이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소비자 공감시키지 못한다면 무용지물 활동이라는 의미다.

사례를 보자. 마사회 하면 승마가 떠오른다. 승마하면 전신운동 아닌가. 그래서 마사회에서는 장애인들에 전신운동 지원을 하고, 도박과 관련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도박중독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관된 이미지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 소비자들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사회공헌활동은 혼(魂)과 창(窓)은 있는데 통(通)이 부족하다.

두 번째 공식은 ‘1+1=무한대’라는 것이다. 기업이 하고 있는 활동을 소비자가 공감한다면 그 기대효과는 무한하다는 뜻이다. 일부 ‘착한 기업’들이 펼치고 있는 나눔경영에는 시너지가 크고, 소비자 공감 폭도 넓다.



▶사회공혼(魂)팀=길 잃은 사회공혼의 길을 찾아드린다.

우리 기업 사회공헌도 발전하고 있다. 매일 김장담그기식 사회공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배우러 온다. 사회공헌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삼성은 장애인용 안구마우스 아이디어를 장려해 제품화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전반적인 기업의 사회공헌은 소비자와 통하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고민해봤다. 기업들은 5조원 정도를 사회공헌에 쓴다고 하고 있지만 사실 비용 부풀리기도 많다고 한다. 기업이 쓰는 5억원 중에 4억원은 이벤트 홍보비용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50% 정도 기업만이 사회공헌사업의 내용과 함께 비용집행 내용을 그것도 아주 일부만 공개하고 있다. 기업의 전문성도 부족하고, 효율성도 낮다. 우리나라 사회공헌의 80%는 그저 기부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낮다.

미국의 신발회사인 톰스(TOMS)는 ‘신발 없는 날’ 행사를 한다. 신발 파는 회사가 신발 안 신는 날 행사를 하는 것이다. “내가 신발을 하루 안 신는 대신 그 신발이 아프리카에 간다”는 가치를 창출,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기업의 인지도를 높였다. 이런 방식이 필요하다.



▶ESC팀=이젠 리얼 사회공헌을 만나고 싶다.

한 해 기부되는 김치의 양의 얼마일까. 그 많은 김치는 누가 다 보냈을까. 아무도 모른다.

포털에서 ‘기업 기부’라는 이름으로 검색해보면 수없이 많은 쌀, 연탄, 김치 기부가 나온다. 아주 오래부터 천편일률적으로 반복돼 왔다. 기업들은 전문성 부족, 담당자 부족을 토로한다. 사실상 이름뿐이라는 이야기다.

받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사회공헌하는 일방통행식 공헌에 대해 수혜자들이 만족할 수 있겠나. 모두 진정성이 결여된 페이크(Fake) 사회공헌이다. 기업이 수혜자에게 배려와 진심, 관심이 없기 때문에 페이크 사회공헌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젠 리얼(Real) 사회공헌을 해야 한다. 기업이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시야를 넓히고, 기업이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일시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사회공헌이다.

물론 기업만 변한다고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페이크 사회공헌과 무관심한 소비자가 만나는 지금의 악순환을 넘어서 리얼 사회공헌과 인식하는 소비자가 만나는 선순환적인 사회공헌이 필요하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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