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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날도 변함없이 조깅…최장수 CEO 비결은 ‘꾸준함’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 ‘아름다운 퇴장’
임원만 30년·CEO로 15년
일희일비 증권가 전설로 남아

“후배들에 남기는 마지막 당부는
겸손한 마음과 끊임없는 공부”


“지난 밤 미국 증시는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의 퇴임 우려로 2%가 넘게 급락했습니다.” 투자전략부 양경식 이사의 말에 22일 오전 대표이사로서 마지막 새벽 조깅을 마친 김지완 사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기자가 김 사장과 조깅을 함께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8년 2월 하나대투증권 대표로 취임한 김 사장이 그 해 7월 부서장과 매주 목요일 여의도공원 5.1㎞를 뛰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가 첫 번째다.

공원 두 바퀴를 돌고 나서 인원을 체크하고 전일 미국 시황이나 채권 시황, 그리고 한 주간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보고하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한 차례 연임을 거쳐 4년간 한 주도 빠짐없이 뛰었으니 약 200회가 넘는다. 일희일비하기 쉬운 증권업계에서 김 사장을 최장수 CEO로 이끈 것은 바로 이런 꾸준함이다. 1981년 부국증권 이사(당시 36세)를 시작으로 임원생활만 30년이며, CEO로서는 1998년부터 15년째다. 쉽지 않은 기록이다. 그야말로 ‘레전드급’인 셈이다.

그는 “꾸준히 일찍 일어나 운동을 했던 게 가장 큰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만한 건강관리가 없었다면 매년 전국 110여개 영업점을 모두 방문하고 직원의 기를 북돋워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김지완(앞줄 가운데) 하나대투증권 사장이 22일 오전 6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임직원 85명과 본지 안상미(앞줄 왼쪽) 기자와 함께 조깅을 하고 있다. 김 사장은 1998년 부국증권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2003년 현대증권 사장을 거쳐 2008년 2월 하나대투증권의 최고책임자로 부임했으며, 이날로 임기를 마쳤다.

1000㎞가 넘는 여정을 직원과 함께하면서 내부에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났다. ‘투신’의 색이 짙던 하나대투증권에 브로커리지 점유율 확대 등 ‘증권사’로서의 옷이 입혀졌고, 직원 사이에 ‘파이팅’ 분위기도 퍼져갔다.

떠나는 그가 당부한 것은 바로 ‘겸손’과 ‘공부’다. 업계에 몸담은 지난 40년간을 돌이켜보니 주식투자로 성공하긴 쉽지만 겸허한 마음이 없으면 꼭 한 번은 당하더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금융업 중에서도 증권은 첨단금융”이라며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공부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임 다음날은 가장 친한 벗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저기 저쪽에 보이는 북한산이 제 가장 오랜 벗입니다. 내일은 북한산 열두 대문을 일주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고 합니다. 이제 뭐할 거냐고요? 걸어야죠. 올레길도 걷고, 백두대간도 종주하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도 가고.”

미련 없는 퇴장은 하나대투증권 기자실로 자리를 옮겨와서도 한결 같았다.

김 사장은 “물러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닌 새 인물들이 증권업을 다시 한번 이끌 때”라고 강조했다. 

안상미 기자/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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