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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당한 국회…18대의원 이름표 앞에 앉은 19대의원
지난 20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2층 소회의실에 100여 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모였다. 19대 국회에서 다뤄나갈 각종 민생법안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견해를 묻고, 당론을 정해나가는 ‘정책의총’ 자리였다.

그러나 의총장에 들어간 새누리당 의원들은 당황했다. 자신들의 이름이 있어야 할 예결위장 자리에 총선에서 낙선한 18대 선배 의원들의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총선이 끝난 지 두달,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국회의사당은 아직도 18대 국회 그대로였다.

19대 국회에 비례대표 의원으로 새로 입성한 강석훈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은 예결위장에서 의총을 하는데 김성식 의원님 자리에 앉았습니다. 아직 개원이 되지 않아 18대의 자리 배치가 그대로 있네요. 김성식 선배님, 많이 그립습니다”라고 남기기도 했다. 친분이 있던 선배 의원에 대한 그리움이자, 새 정치를 외쳤지만 세비까지 반납해야 할 정도로 무책임한 정치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한탄을 함께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개원 협상 줄다리기에만 여념 없었다. 자신들이 일해야 할 의사당에 자신들의 명패를 놔둘 수 없는 것 정도는 ‘별 것 아니다’라는 기세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21일 “우리당은 다 양보했다. 새누리당이 결단만 내리면 된다”면서도 “원 구성 원칙에 합의한 적 없다”며 신경전을 계속했다. 새누리당 역시 “급할 것 없다. 야당의 국정조사 정치 공세는 받아드릴 수 없다”며 버티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권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임기 시작 한달이 지나도록 원 구성 협상조차 마치치 못한 현실 앞에 최악의 국회로 폄하했던 “18대 국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할 것 없다”는 비판은 당연한 모습이 됐다.

여ㆍ야 정치권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한 듯, 대법원 청문회 준비에 착수했다. 전날 청문회에 나설 의원들을 확정한 새누리당은 이날 첫 회의를 열고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자료 검토에 나섰다. 민주당 역시 박영선, 이춘석, 최재천, 우원식, 박범계 의원 등을 인사청문회 위원으로 정했다. 다음달 10일까지 청문회를 완료하지 못한다면, 국회가 자기들 밥그릇 싸움에 사법부를 비롯한 국정 전반의 발목을 잡았다는 더 큰 비판과 질타를 면치 못함을 스스로가 깨달은 까닭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원 구성 협상이나 국정조사 관련해서는 쉽게 합의점을 찾기 어렵지만, 여론의 압박에 우선 급한 인사청문회에서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개원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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