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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국회 밖으로 나간 김재연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聲東擊西(성동격서: 동쪽에서 소리치고 서쪽에서 공격한다).’

‘병법 36계’ 중에는 ‘성동격서’라는 전술이 나온다. 상대방의 주의를 다른쪽으로 유인하고 그의 힘을 분산시켜 승리를 얻는 유명한 비법이다. 현대인들은 스포츠 경기뿐 아니라 일상 비지니스에서도 이 비법을 종종 사용한다. 그러나 ‘성동격서’ 전술을 너무 티나게 사용하면 외려 ‘꼼수’라는 비난에 직면하기도 한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으로 서울시당 당기위로부터 제명 처분을 받은 김재연 의원(비례대표)이 국회 밖 행보를 시작했다. 일명 ‘청춘투어’다. 김 의원 측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의정활동에 반영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오는 30일까지 그는 전국의 노동 현장과 학교를 돌며 18박 19일 동안 현장을 찾는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주의를 다른데로 돌리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13일 김 의원은 자신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듯 고려대를 찾았다. 전날 충남대 시설노조를 방문한데 이어 이날에는 고대 정경대가 주최한 반값농산물 장터를 찾았다. 이날 행사는 살인적인 등록금과 고물가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도와주기 위해 마련됐다. 김 의원은 장터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친근하게 말을 섞으면서 행사 준비를 도왔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젊어보이려고 빨간 옷을 입고 왔다”면서 행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농담을 던졌다. 손수 수박을 잘라 가판대에 올리고 지나가는 학생들을 향해 판촉도 벌였다. 취재진에게는 “저만 찍지 마시고 학생들도 좀 찍어주세요”라고 하는 등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청춘투어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학생 대부분은 그를 외면했다. 다음주부터 기말시험인 관계로 일부는 두툼한 책을 들고 장터 주위를 지나쳤고, 그를 알아본 학생들도 취재진이 가득한 까닭에 행사에 참여하길 부담스러워했다.

당의 제명 처분과 관련 김 의원은 “정치적으로 내린 결론은 진실이 아니다”라며 “당내 문제에 대해 진실이 밝혀진 다음에 책임을 지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 의원의 청춘투어가 진정성을 의심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민감한 시점 때문이다. 김 의원은 제명처분과 관련 오는 20일까지 당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그가 마감시한 직전에 이의신청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늦게서야 재심이 시작되고 이달말 실시되는 전당대회에서 만약 당권파가 승리하면 혁신 비대위의 제명추진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시간끌기용이라는 해석이 충분히 나오는 이유다.

국회의원에게 현장은 중요하다. 청년 비례대표로 선출된 김 의원에게 이번 투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의정활동의 일부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장 당사자들이 김 의원의 진정성을 의심한다면 김 의원의 청춘투어는 ‘또다른 꼼수’가 될 수 밖에 없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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