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연세대-KAIST 연구팀 “‘Shank2’ 유전자 단백질 변이가 원인”
약물 치료 가능성 열어…학술지 ‘네이처’에 연구결과 14일자로 게재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2005년 개봉한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초원이는 자폐증을 앓는 지적장애인이다. 영화에서 초원이는 자폐증 때문에 사회성 결핍과 과잉 행동을 반복하며 돌발 행동을 일으켰고, 이 때문에 가족과 주변인들이 모두 힘겨워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폐증을 일으키는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해, 치료 또한 요원했다.
이 같은 자폐증의 발병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찾아냈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에서 약물로 자폐증 증상을 완화하는 단계까지 성공함에 따라 향후 치료제 개발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강봉균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ㆍ이민규 연세대 약리학교실 교수ㆍ김은준 KAIST(한국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교수 등이 공동연구를 통해 자폐증의 유전적 요인과 발병 기전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제시했다고 14일 밝혔다.
자폐증은 사회성 결핍, 의사소통 장애, 정신지체, 특정행동 반복, 정서 불안정, 과잉행동 등을 보이는 뇌 발달장애다. 인구의 1~2%에서 발병하지만 증상을 줄일 수 있을 뿐 아직 유용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아동의 발병률은 2.64%로 세계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자폐증 치료제가 있긴 하지만 효과는 반복행동만 줄이는데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진은 ‘Shank(쉥크)’라는 유전자 단백질에 변이가 생기면 사회성 결핍과 같은 자폐증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에게서는 Shank1, Shank2, Shank3 등 3가지가 알려져 있다.
‘Shank’ 단백질은 뇌신경세포(뉴런)를 연결하는 부위인 시냅스의 내부구조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후(後) 시냅스에 존재하는 여러 단백질이 ‘Shank’ 단백질과 상호작용을 한다.
연구진은 Shank2 단백질이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고 보고, 쥐에서 이 단백질의 일부를 제거해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Shank2가 결손된 생쥐에서 새끼를 잘 돌보지 않거나, 코털을 반복적으로 다듬는 등 자폐증과 유사한 행동이 나타났다. 이 단백질과 자폐증이 관련이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인 셈이다.
연구진은 쥐의 행동실험에 이어 뇌 해마부위의 전압ㆍ전류를 측정했다. 추가 실험으로 Shank2가 결손되면 해마에서 시냅스 가소성(可塑性)에 문제가 생기고, 뇌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NMDA 수용체에 의한 신경전달이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NMDA 수용체는 그러나 뇌 기능 자체에 관여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 부작용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NMDA 수용체와 연관성이 높은 mGluR5라는 수용체를 간접적으로 자극해 NMDA 수용체의 기능을 회복시켰다. 그 결과 Shank2 결손이 있는 쥐의 해마에서 시냅스 가소성 손상이 회복되고 NMDA 수용체에 의한 신경전달이 정상화됐다.
김 교수는 “약물 치료를 통해 자폐증의 주요 증상인 사회성이 개선됐다”며 “앞으로 자폐증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라고 연구의의를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세계 최고 학술지인 ‘네이처(Nature)’에 14일자로 게재됐으며,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리뷰 드럭 디스커버리(Nature Review Drug Discovery)에도 17일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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