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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숙성기간 7년은 넘어야 와인”
국내진출 레바논 와이너리‘ 샤또 무샤르’이끄는 호샤르
와인이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곳은 어디일까. 와인 종주국 지위를 놓고 경쟁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언뜻 떠오른다. 하지만 아니다. 중동의 레바논이다. 6000년 전 고대 페니키아인이 레바논 동쪽 바알벡 지역에 포도나무를 심고 와인을 만든 게 그 시초다.

‘원조’라 공인된 바알벡 지역에서 뿌리를 내린 와이너리가 바로 ‘샤또 무샤르’다. 바알벡은 공교롭게도 그리스신화에서 술의 신 바커스의 신전이 있던 곳.

2대째 샤또 무샤르를 이끌고 있는 오너 세르지 호샤르는 “나의 화이트와인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로 만든 것”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그의 말처럼 무샤르의 화이트 와인에 쓰이는 품종은 오바이데흐와 메르와흐 등 레바논 토착 포도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품종이다.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무샤르 와인은 제조과정에서도 자연과 오랜 기간을 함께하는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한다.

샤또 무샤르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을 와인 양조의 핵심으로 꼽는다.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최소 7년을 숙성시킨 다음에야 시장에 내놓는다. 

호샤르는 “숙성기간이 7년에 못 미치는 것은 와인이 아니라 포도주스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나이 많은 사람이 연륜을 갖추는 것처럼 오래 숙성시킨 와인은 더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샤또 무샤르는 1975년부터 1990년까지 16년간 이어졌던 레바논 내전 속에서도 꿋꿋하게 와인생산을 한 와이너리로도 유명하다. 호샤르는 전쟁 중에도 와인이 나오는 것에 대한 세간의 놀라운 시선에 대해 “전쟁이 있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와인은 내 삶이고, 매년 와인을 만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호샤르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지만 포화 때문에 포도를 제때 수확하지 못하거나 포도밭에서 양조장을 오가는 교통편이 끊기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샤또 무샤르는 전쟁을 오히려 도약을 위한 기반으로 삼았다. 내수가 이뤄지지 않자, 1979년 영국의 브리스톨 와인페어에 제품을 출품하면서 첫 외국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당시 내전 중 나온 중동 와인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던 샤또 무샤르는 평론가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1위를 차지해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호샤르는 “와인은 살아있는 생물”이라며 “맛보는 사람과 그 환경이 다르면 와인도 다 다른 와인으로 봐야 한다”는 독특한 철학을 내세웠다.

그의 말처럼 매 순간 다른 맛으로 다가오는 샤또 무샤르의 와인이 국내 와인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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