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 또다른 명물 바위들
[경남 의령=홍승완 기자] 호암 생가는 이미 경남 지역에서는 손꼽히는 관광지다. 지난 2007년 생가를 일반에 개방한 이래 평일에는 400명, 주말이면 800명가량이 호암의 족적을 살피고 기를 받기 위해 생가를 찾는다. 국내에서뿐만이 아니다. 풍수지리의 개념을 공유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는 아예 단체관광객이 몰려들기도 한다. 호암 생가를 찾는 방문객들이 반드시 발길을 멈추는 곳이 생가 안쪽의 바위다. 안채의 우측 뒤편에 자리해 집터의 병풍 역할을 하는 바위에는 길운을 몰고 온다는 상징들이 가득하다.
가장 유명한 것은 바위 한가운데 하단에 있는 밭 전(田)자 문양이다. 정사각형으로 정확하게 잘라진 바위가 마치 밭 전자처럼 생겨 이 집터에 돈이 몰려든다는 곳이다. 부자의 기를 받겠다고 생가를 찾는 이들은 열이면 열, 밭 전자 문양을 손으로 문지르고 얼굴로 부비고 간다. 바위가 맨질맨질하다. 원래 바위 앞은 화단이었지만, 워낙 바위에 몰려드는 사람이 많아지자 생가 관리소 측에서 아예 좁은 길을 냈다. 바위 좌측 상단부에는 거북이(자라) 한 마리가 자리 잡고 있다. 비스듬하게 바라보면 등껍질 사이로 영락없이 거북이가 목을 쭉 내밀고 있는 형상이다. 무병장수와 부귀영화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반대쪽인 바위 우측 상단에는 바위조각들이 층을 지어 쌓아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떤 사람은 쌀가마니를 쌓아놓은 것 같다고 하고, 어떤 이는 시루떡을 쌓아놓은 것 같다고 말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옛날 책을 층층이 쌓아놓은 것 같기도 하다. 뭐가 되었건 간에 재물이 집안에 그득하다는 뜻으로 사람들은 해석한다.
이 바위가 실제 영험한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호암이 워낙 유명한 사람인지라 방문객들이 저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 바위들이 방문객 각자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병철 회장의 기를 받기 위한 관람객들의 행렬은 마을에 재미난 풍경을 하나 더 낳았다.
중교리를 걷다 보면 계속 마주치게 되는 간판이 ‘부자○○’이다. 몇 분 걷는 새 부자식당, 부자고깃집, 부자매점, 부자망개떡, 부자분식 등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상점의 상호가 ‘부자’다. 평범한 상호의 간판은 찾기 힘들 정도다. 몇 년 전 한 식당이 부자라는 상호를 쓴 후 손님이 몰려들면서 주변 가게들의 상호도 모두 바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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