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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 국회사무처…
舊의원회관 110명 의원 입주못해
새 회관은 준공검사도 못받아
PC등 보급도 늑장 업무 차질



190여 국회의원이 졸지에 ‘무허가 건축물에서 일하는 범법자’가 됐다. 19대 국회가 개원한 지 1주일이 됐지만, 여전히 ‘공사 중’인 의원회관 덕분이다. 구 의원회관에 입주하는 나머지 110명 역시 ‘거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를 핑계로 책생조차 재때 받지 못한 의원들은, 빈방을 기웃거리며 눈치껏 주워 모으는 형편이다.

5일 국회를 방문한 한 민원인은 당황했다. 어떤 의원이 몇 호실에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닥에 깔린 대리석만 번쩍거렸지, 정작 필요한 안내표지판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옛날 의원회관 건물도 마찬가지다. 1층 출입구 한쪽에 걸린 의원실안내판에는 이미 임기가 끝난 18대 의원 몇 명의 이름만이 흉물스럽게 남았을 뿐이다. 신관 신축, 구관 리모델링으로 방 번호와 층수 구분까지 확 바뀐 의원회관에서 원하는 의원실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보좌진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상당수 의원실은 이번주 초까지 사실상 업무 마비 상태였다. 의안정보시스템과 국회 인트라넷 등 의정 활동에 꼭 필요한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은 까닭이다. 통유리와 대리석으로 둘러싼 화려한 신축 의원회관이지만, 정작 업무에 필요한 인터넷선과 전화선 공사도 겨우 이번주에 끝났다. 덕분에 상당수 보좌관들은 1980년대나 있을 법했던 ‘컴퓨터 돌려쓰기’를 정치 1번지 한가운데서 한동안 계속해야 했다. 
19대 국회 임기가 지난달 30일 시작됐는데도 불구, 국회의원회관 안내판에는 여전히 18대 국회의원의 명단이 올라있다.

신관 신축과 함께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 구관의 형편은 더욱 옹색하다. 공사를 이유로 필요한 사무집기를 재때 공급하지 않은 국회 사무처의 무사안일한 태도 때문이다. 구관 입주의원 보좌진들은 책상 및 책꽂이 확보가 당면 과제가 됐다.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푸념한 한 초선의원은 “국회사무처가 국회의원들을 환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업무를 방해하면서 쫓아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4년 전부터 공사에 들어갔던 국회의원회관이지만, 정작 필요할 때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해 결국 의정활동 차질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다.

이런 사무처의 굼뜬 행동은 화려하게 새로 지은 국회의원회관 관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2000억원 넘게 들여 새로 지은 건물은 아직도 등기부등본에도 없는 사실상 ‘무허가’ 건물로 남아 있다. 개원에 맞춰 재때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해 준공검사도 덩달아 늦어졌다. 그 덕에 이곳에 입주한 190여 의원은 졸지에 허가받지 않은 건물에서 일하는 일종의 범법자 신세가 됐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국가 정책에 어긋나는 차량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사무처가 앞장서 국회의 출근대란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신축 의원회관에 지하 5층 규모의 주차장을 마련한 사무처가 의원은 물론 보좌진 전부에게 차량출입증을 발급, 예전에 없던 ‘대규모 차량이용 출근’이 19대 개원과 함께 생겼다. 의원실 관계자는 “예전처럼 의원실별로 두세 장의 출입증만 발급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에너지 낭비에 주차 전쟁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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