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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투표의 경제심리학, 가난한 사람들의 표심은?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이분법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미국의 공화당은 ‘부자정당’, 민주당은 ‘서민정당’이다. 정치를 통해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고 싶다면 투표는 살림살이에 따르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000년 조지 W 부시를 미국의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곳은 낙후된 내륙지역이었다.

“가난한 소농은 자신을 땅에서 내쫓는 사람에게 자랑스럽게 표를 던진다. (중략) 그곳이 바로 캔자스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역사학자 토마스 프랭크의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김병순 옮김ㆍ갈라파고스)는 진보의 산실에서 보수의 성지로 돌변한 캔자스 주에 대한 분석을 통해 보수의 집권전략을 파헤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보수의 부흥회를 꽃피운 세력은 기독교 우파다. 그리고 그들은 문화전쟁에 능하다. 민중의 피폐한 삶이 불평등한 경제구조와 계급문제 때문이란 사실을 감추고 낙태, 동성애, 진화론 등의 주제로의 물타기에 능숙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뉴딜정책 이후 입지가 줄어든 보수가 권토중래를 꾀하며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전략이다. 공화당은 기독교와 ‘가치의 연합’을 구축하는 데 한 세대 이상의 세월을 보냈으며, 전략은 유효했다. 

저자는 캔자스의 표심이 우측으로 기운 결정적 사건으로 1991년의 낙태 반대운동인 ‘자비의 여름’을 꼽는다. 보수의 가치관은 반박할 수 없는 신의 섭리가 되었고, “가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공화당의 슬로건은 스펀지처럼 기독교 신자를 지지자로 빨아들였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기만이라고 쏘아붙인다. 보수가 말하는 가치는 허울일 뿐, 그들이 공들여 추진한 정책은 각종 규제 철폐와 노동 유연화 등 부자의 배를 불리는 정책이었을 뿐이란 것이다. 

“가치는 유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지만 보수파가 선거에서 이기는 순간 전통적 가치보다 돈이 더 중요해진다”는 저자의 비판은 신랄하다.

저자의 문장은 시종 날카롭게 벼려져 있다. 물론 대중의 선택을 미몽과 착란으로 보는 계몽적 자세가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화당의 빨간색과 민주당의 파란색으로 양분된 오늘날의 미국을 이해하는 데 적절한 분석틀을 제공한다.



/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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