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국방부, 국회의원 요구자료 통제방안 마련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국방부가 제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회의원이 요구한 자료에 대해 제출을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군사기밀이 통제없이 국회에 제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국방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통합진보당 소속 ‘종북 성향’ 당선자에 대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민감한 국가 주요 기밀사항을 다루는 다른 정부 부처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군 고위 관계자는 23일 “지금까지 국회의원의 무분별한 자료 요구에 응했다가 국가 주요 기밀사항이 노출돼 군이 곤경에 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요구 자료 통제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회법 제128조 제1항은 ‘국회 상임위원회 또는 소위원회는 그 의결로 안건의 심의 또는 국정감사ㆍ조사와 직접 관련된 서류의 제출을 정부ㆍ행정기관에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은 이에 따라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국방위원장의 결재를 받은 뒤 국방부에 자료를 요구할 경우 응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자료 통제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는 국방위 소속 의원이 곧바로 국방부에 자료를 요구하면,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자료제공이 이뤄져왔다. 국방부가 마련한 새 방안은 기존 방식에 국회의원이 국방위원장의 결재를 얻는 절차가 추가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그러나 한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이같은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며 “현재 국회의 자료요구 관련 절차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모든 정부 부처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제기해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석기법’ 나오나?.. 국회 자료 요구 통제방안 배경과 전망=국방부가 이번에 국회 요구 자료 통제 강화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국회에 대한 자료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진출하는 일부 국회의원 당선자가 종북세력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 논리는 파괴력이 크다. 자료 통제의 본질에 해당하는 군 기밀을 보호하고, 국회의 저항을 중화시킬 수 있는 더할나위 없는 상황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국방부는 2년 전 같은 방안을 내놨지만 야당의 거센 반발로 뜻을 관철하는 데 실패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국회는 진보 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진출해 민감한 기밀자료에 대한 과다한 요구가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과거 민주노동당 의원들에 의한 의도적인 비밀공개 사건 등을 고려해 자료 통제강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선전한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국회 각종 상임위에 진출할 것이라는 점, 18대 국회 자유선진당처럼 상임위원장 1석을 배분 받을 수 있다는 전망 역시 군의 판단에 한 몫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찮다. 이석기법에 대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통제방안의 현실성이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국회의 자료 요구 권한을 통제하는 방안을 마련해 입법화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석기 법’을 만든다는 게 아니겠느냐”면서 “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헌법 기관인 상황에서 위원장 결재를 득하는 방식의 자료 통제 방안은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다만, 현재 통합진보당이 국회 정보위(원내교섭단체만 진출)를 제외한 6~7개 상임위로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 없는 상태여서 대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노회찬 의원(민주노동당)은 지난 2004년 FOTA(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자료 등 기밀사항을 공개했다. 또 신학용 의원(민주당)이 2010년 국정감사 공개회의석상에서 천안함 사건 관련 군사비밀자료를 공개했으며, 송영선 의원(한나라당)은 2011년 우리 군의 심리전 수행 현황을 언론 매체에 알리는 등 각각 요구 자료에 근거해 군사기밀을 유출한 바 있다.

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