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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상교수 “6년간 10만자 새긴 국당의 투혼,대단한 일”
{헤럴드경제= 이영란 선임기자} “정말 장한 일이죠. 엄청난 일 입니다. 6년에 걸쳐 법화경 전문(7만자)을 비롯해 총 10만자에 달하는 글자를 돌에 새겨 마침내 ‘완각 법화경 전’(5월24~6월4일 인사동 한국미술관)을 여는 그 투혼, 놀랍습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일랑(一浪) 이종상 서울대 명예교수(74, 예술원 회원)는 국당(菊堂) 조성주 화백이 지난 6년간 두문불출하고 10만자의 글자를 돌에 새긴 것에 대해 “오래 전부터 그를 지켜봐왔는데 마침내 5톤에 달하는 돌에 그토록 많은 글자와 그림을 새겨 넣는 작업을 완성한 걸 보고 나 역시 감격스럽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찾아, 그의 작업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랑선생 또한 우리의 전통문화와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 작가로서, 국당의 작업은 작업의 방대한 양도 양이려니와, 전통문화에 대한 애착이 깊고 끈질겨 놀랍다고 거듭 찬탄했다.

이 교수는 “요즘 후배 작가들 중에는 효과 위주로, 급하게 작품을 만드는 이들이 적지않다. 힘은 덜 들이면서, 빠르게 성공하려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과연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제자뻘의 국당이 서울 인사동의 낡은 건물 꼭대기층(6층) 비좁은 작업실에 파묻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칼을 들고 돌판에 글자를 새겨넣던 인내가 더욱 귀하고 존경스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 교수는 “예전에는 우리 미술을 하는 작가들이 글씨, 그림, 전각을 모두 섭렵했다. 그런데 요즘은 전각가와 서예가를 따로 구분한다. 전각을 모르고선 서예가가 될 수 없는데도 아예 배우려고 하질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그런 점에서 전각, 서예, 그림을 두루 섭렵한 국당같은 이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왜 서예에서 붓을 ‘필봉’이라 하지 않나? 필봉의 ‘봉(鋒)’은 쇠금(金)변이다. 자고로 서예를 하려면 전각을 할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동양의 시서화는 각에서 시작됐다. 붓을 만지는데 칼을 못 만진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런데도 전각과 서예가 따로 있는게 도무지 못마땅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서울대 미대 재직시절, 학생들에게 전각과 서예를 가르쳐주고 싶어 국당에게 특강을 여러차레 요청했다. 때문에 서울대 미대에는 국당에게서 전각을 배운 이들이 많다.

날이 갈수록 외국그림은 좋아하면서도 우리의 옛그림과 서예, 전각은 고리타분하다며 외면하는 이들이 많다고 하자 그는 “그런 태도는 뿌리를 부정하는 태도다. 뿌리를 내리지 못했는데 어떻게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느냐. 뿌리가 튼실해야 한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나뭇가지는 항상 뿌리와 반대 방향으로 자란다는 점이다. 손톱도 심장에서 먼쪽으로 자라지 않는가? 뿌리(전통)가 튼실해야 더 무성하고 싱싱한 나무(미술계)가 된다”고 강조했다.

국당의 작품전 개막식(24일 오후 5시)에서 축하메시지를 전할 예정인 일랑 이종상 화백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5000원권 지폐 속 율곡 초상과 5만원권 속 신사임당 초상을 그린 작가로, 우리의 정신을 우리의 재료와 기법으로 형상화해온 한국화가다. 독도 작업 등도 가장 먼저 펼친 작가다. 02)732-2525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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