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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인신고요? 좀 더 살아보고 해야죠!”
오늘 부부의날…새내기 부부들의 씁쓸한 자화상
결혼생활 미래 불안감 반영
3쌍당 1쌍꼴 6개월~1년 늦춰



김모(30ㆍ직장인) 씨는 지난해 12월에 결혼한 새내기 신랑이다. 하지만 아직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 김 씨는 “아이가 생기면 혼인신고를 할 예정이라며 (결혼생활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혼인신고부터 하면 부담스럽다”고 속내를 밝혔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32ㆍ여) 씨도 결혼식을 올린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소위 ‘법적 미혼’상태다. 이 씨는 “주위에서 들리는 신혼 초기의 이혼 문제 등에 대해 고민하고 망설이다 보니 결혼을 늦게 했고, 혹시나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 결혼식과 동시에 하던 혼인신고를 짧게는 6개월에서 그 이상 미루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짹짹 짹짹 짹짹”, “찍짹 찍짹 찍짹”. 앵무새 부부의 부부애가 남다르다. 수컷이 꽃을 물어다 암컷에게 전달한다. 사랑의 표현이다.‘ 부부의 날’인 2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 63씨월드에서 앵무새들이 부부애를 과시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결혼정보회사인 선우의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지난 2009년 결혼한 신혼부부 356쌍을 대상으로 혼인신고 여부를 조사한 결과 126쌍이 “6개월가량 신고를 늦췄다”고 대답했다.

선우는 신혼부부 혼인신고 미등록 비율이 2005년 22.3%, 2007년 36.4%로 혼인신고 지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높은 이혼율과 함께 결혼관계에 대한 신중함, 혼인신고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혼인ㆍ이혼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4.7명이 이혼한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이혼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20일 발표한 ‘서울 부부 자화상’이라는 통계에서도 30~44세 미혼인구는 2010년 76만6000명으로 1990년에 비해 338%(59만1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인구의 개인적인 고민은 결혼 문제가 29.4%로 가장 많아 결혼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인숙 선우 매니저는 “결혼 초기 의견차로 이혼하는 사례가 많고 재혼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결혼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온 사람일수록 쉽게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고 신혼기간 동안 서로를 탐색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로 인해 서로 잘 알지 못한 채 결혼하고 이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어 혼인신고를 늦추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 교수는 또 “혼인신고보다 실질적 결혼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새로운 세태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상범 기자>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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