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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입 가전제품 가격의 불편한 진실..100원에 수입해 소비자가는 230원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프랑스 테팔, 네덜란드 필립스 등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한국 시장에서 온갖 꼼수로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에도 가격에 관세 인하폭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유통 마진을 터무니없게 높이거나 심지어 국가별 모델 번호를 달리해 가격 비교를 막는 수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은 21일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41개 수입 전기다리미를 조사해 유럽산의 경우 FTA체결 전후 가격 인하 여부를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기다리미를 수입ㆍ판매하는 필립스코리아,테팔 계열 그룹세브코리아 등 외국계 유통업체들의 유통마진 비율은 수입 원가 대비 129.6%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원에 수입해서 230원에 파는 구조다.

평균가를 살펴보면 국내에 3만6600원에 수입된 전기다리미는 5만4103원에 중간상인이나 소매업체로 유통되고, 최종 소매업체는 소비자에게 8만4027원에 판매했다. 부가세를 포함하면 9만2430원이다. 유통마진이 원가보다도 훨씬 비싼 비정상적 구조다.

특히 수입업체들은 유럽산 제품의 경우 지난해 7월 한ㆍEU FTA가 발효된 이후에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다 최근에야 일부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팔사의 인기모델 FV9530는 지난해 6월 13만6000원이었던 것이 올해 3월까지도 그대로 가격이 유지됐다.

발효 9개월 동안 변하지 않던 가격은 지난달 5일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현장점검에 나선지 이틀만인 7일 인하됐다. 8% 관세인하 폭을 그대로 적용한 12만5000원이었다. 여론이 안좋아지자 5월 들어서는 아예 11만8750원까지 내려 자체 마진까지 줄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가격 변동은 해당 모델 한 개 제품에 불과했다. 테팔사의 다른 제품인 FV3510 모델은 오히려 FTA 발효 이후 더 가격이 오르다가 최근에야 지난해 6월 대비 3.7% 인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두개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테팔사가 FTA발효 이후 새로 들여온 모델들이거나 중국산이어서 소비자원이 가격을 비교하는게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수입가전 업계 관계자는 “FTA발효 이후 수입모델들을 싹 물갈이하는 것은 수입가전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가격비교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관세인하분을 유통 마진에 붙여 영업이익을 높이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사 결과 중국·인도네시아 등 EU 이외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의 수입가격은 오히려 9.6%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담당했던 소비자원 관계자는 “필립스사의 경우 아예 같은 제품이라도 수출 국가에따라 모델명을 달리해 국가별 가격비교조차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면서 “각국의 가격 조사당국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지능적 꼼수라는 느낌에 씁쓸하다”고 전했다.

소비자원은 이후 유럽산 프라이팬과 위스키 등에 대해서도 추후 FTA 발효이후 가격변동 추이 조사 결과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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