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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마지막 육성 공개, “담배 하나 주게”
[헤럴드경제=이혜미기자] “담배 하나 주게. 담배 한 개 주게…하나씩 정리들 해나갑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마지막 육성은 ‘담배 하나 달라’는 말로 그의 답답한 심경을 대신하고 있었다. 

21일 노무현재단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3주기를 맞아 특별 제작한 팟캐스트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을 통해 그의 마지막 육성을 공개한다.

이날 공개되는 내용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봉하에서 참모들과 함께 진행한 ‘진보주의 연구모임’ 회의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4월22일, 5월14일, 서거 나흘 전인 5월19일의 기록이 담겨있다.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 팟캐스트를 들으려면 ‘아이튠즈’에서 ‘노무현’으로 검색하거나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을 클릭하면 된다. ‘아이블러그’에 개설된 노무현재단 채널을 이용하는 것도 편리하다.



▲4월22일 “난 봉화산 같은 존재”=먼저 4월22일, 노 전 대통령의 목소리에선 30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던 참담한 심경이 전해진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봉화산 같은 존재”라고 비유하면서, “산맥이 없어. 봉화산이 큰 산맥에 연결돼 있는 산맥이 아무것도 없고 딱 홀로 서 있는 돌출돼 있는 산이야”라고 자신의 고립된 처지를 자조했다.

이어 그는 “여기서 새로운 삶의 목표 가지고 돌아왔는데 내가 돌아온 곳은 여기서 떠나오기 전의 삶보다 더 고달픈 삶으로 돌아와 버렸다”며 “각을 세우고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하는 정치마당에서 이제 해방되는구나 하고 좋았는데… 어릴 때 끊임없이 희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희망이 없어져 버렸다”고 절망적인 심경을 토로했다.

또, 그는 “대세가 기울어진 싸움터에서는 빨리 빠져나가야 된다”면서 “협곡의 조그만 성채로 돌아가는 것이지 다른 곳은 도망가야 돼. 다른 사람들은 여기 떠나서 다른 성채를 구축해야 돼”라고 참모진들의 안위를 걱정하기도 했다.


▲5월14일 “시민의 역할? 덜 나쁜 놈 선택하는 것”= 5월14일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시민은 중심추”라면서 “정치란 싸움일 수 밖에 없지만 시민이 싸움에 휘말리면 정치의 하위세력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민의 역할은 더 좋은 놈을 선택하는 것이고, 덜 나쁜 놈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선택의 기준은 사람에 대한 신뢰성이나 도덕성이나 다 있지만 무엇보다 어떤 정책을 할 것이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5월19일 “제일 절박한 것이 밥그릇 없어지는 것”= 공개된 육성 가운데 마지막 회의 녹음분에서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곁을 지켜온 참모들의 앞날을 걱정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 참모에게 “먹고 살 수가 있나?”라고 물으면서 “제일 절박한 것이 밥그릇이 없어지는 것이거든”이라고 자리에 있던 참모들의 생계를 걱정했다.

이어 그는 “그런 절박한 상황이 아니면 이것 저것 해볼 수 있을텐데…”라고 말끝을 흐리면서, “문제는 사람마다 자기 전망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개인의 전망이 없으면 조직의 전망도 없고, 조직의 전망이 없으면 개인의 전망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담배 하나 주게. 담배 한 개 주게”라고 속타는 심경을 에둘러 표현하면서, “이 정도 합시다. 하나씩 정리들 해나갑시다”라는 말로 회의를 마무리 했다. 이것이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그의 생전 마지막 목소리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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