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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바뀐 주인…비운의 보루네오
46년간 네번째…“AL팔레트에 매각” 실적악화에 도깨비 공시
국내 ‘가구산업 원조’인 보루네오의 주인이 5년만에 다시 바뀌었다. 46년간 네번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복균 보루네오 회장이 김승기 AL팔레트 대표에게 보유 주식 320만주(33.3%)와 경영권을 200억원에 매각키로했다. 

보루네오는 다음달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경영권 양수도 승인건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계약금 50억원을 지급했으며, 주주총회 전일 잔금 150억원을 치르기로 했다. AL팔레트는 2002년 설립돼 알루미늄 팰릿을 제조, 삼성전자 등에 납품하고 있는 회사다. 보루네오는 이같은 사실을 17일 장 종료 뒤 이른바 ‘도깨비 공시’를 통해 밝혔다. 현재 대표이사로 있는 정성균 사장(정 회장 동생)은 19일까지 동남아시아 출장 중으로, 공시 전까지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루네오의 한 임원은 “매각 사실은 공시를 통해 알았다. 정 회장이 비밀리에 매각을 추진했던 같다”고 말했다.

매각 배경은 부실경영에 따른 지속적인 실적 악화. 보루네오가 매각될 것이란 소문은 지난해부터 가구업계에서 돌았다.

2007년 정 회장이 인수 당시 1912억원이던 보루네오의 매출액은 지난해 1530억원으로 20% 가량 줄었다. 이익률도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난해 5억76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들어서는 1/4분기에만 1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가구업계 순위도 이 기간 4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보루네오는 1966년 9월 위상식(80) 전 회장이 보루네오통상이란 이름으로 설립했다.

1971년 인천 만수동에 국내 처음으로 공장식 가구공장을 세웠다. 이전에는 작은 공방(워크숍)에서 가내수공업 형태로 가구를 만들어왔다. 1980년부터는 국내 최초로 자동화 투자를 통해 대량생산체제를 도입하며 국내 시장을 호령했다.

보루네오 공장장이었던 위 전 회장 동생 위상균 사장은 1973년 동서가구를 세웠다. 1978년에는 막내 동생인 위상돈 사장은 바로크가구를 설립, 1980년대 가구업계에서는 ‘3위일체’라는 말이 유행했다. 하지만 모기업 보루네오는 미국 일본 동남아 등 무리한 해외투자로 1991년 부도를 내고 1992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위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시기 동서가구와 바로크가구도 함께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1년 자산관리공사 자회사(캠코SG인베스트먼트)가 지분 80%를 인수할 때까지 법정관리를 받았다. 캠코SG가 7년간 관리을 하는 기간에도 보루네오의 브랜드 파워는 국내 최고를 유지했다. 2007년 8월 거성건설산업 정복균 대표가 보루네오를 인수하며 3번째 주인이 됐다. 이후 부진을 거듭하다 5년만에 4번째 인수자를 맞게 됐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최근 판매확대 정책으로 ‘반값가구’ 시리즈를 잇달아 내놓고 ,숙박업ㆍ바이오사업까지 추진하는 등 무리한 도전을 해왔다”면서 “국내 가구산업의 원조격인 보루네오의 몰락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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