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타워팰리스10년>주상복합시대 열며 대한민국 부동산지도 바꿨다……최근에는 고급 주거지 단독ㆍ주상복합ㆍ고급 아파트로 다양화 추세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주거공간인 아파트와 상업ㆍ업무공간인 상가나 오피스텔이 함께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본래 주상복합 아파트가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960년대 후반이었다. 당시 개발 붐을 타고 서울 청계천을 복개해 올린 세운상가가 주상복합의 시초로 꼽힌다. 하지만 이는 주택공급 차원에서 이뤄졌다기보다는 근대화의 상징 혹은 주변상권 정비 차원이 강했다. 이른바 성냥갑 아파트로 불리는 판상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우리들에게 주상복합 아파트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었다.

이후 1999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타워팰리스 1차’를 선보이면서 고급 주상복합의 전성시대가 열리기 시작한다. 당시 타워팰리스는 최고 66층에서 내려다보이는 탁월한 조망권과 수영장 연회장 골프연습장 등을 갖춘 호텔식 커뮤니티시설, 그리고 단지 내에서 쇼핑과 의료 금융 서비스를 모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라이프스타일’을 내세우며 고급 주거 문화의 선구자로 부상했다.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엘리베이터로 되돌아오는 상상 속의 삶이 현실화되자 많은 이들이 환호했다. ‘주상복합=고급 아파트’라는 공식도 이때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

타워팰리스의 성공은 고급 초고층 주상복합의 유행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서울은 물론 전국이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 건물을 지으면 분양도 쉽고,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어 너도나도 초고층 경쟁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형건설사가 잇따라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을 개발해 고급화, 첨단화, 대형화된 주상복합아파트를 내놓았다. 분당 파크뷰, 목동 하이페리온, 용산 시티파크, 잠실 갤러리아팰리스 등 서울 곳곳이 초고층 주상복합으로 채워지며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대거 변하기 시작했다. 대구와 충청권 울산, 부산 등 지방에서도 치열하게 초고층 경쟁이 벌어졌다.

유행처럼 번지는 주상복합은 청약에서부터 입주 후까지 늘 부동산시장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여의도 63빌딩보다 높은 ‘타워팰리스 3차(262.8m)’가 입주한 2004년에 주상복합의 인기는 그야말로 절정에 올랐다. 그해 전국 일반 아파트의 매매가는 0.19% 오르는 데 그쳤지만 주상복합은 9.27%나 치솟았다. 주상복합 특유의 장점과 함께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로 분양만 받으면 가격이 오르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최근 들어 주상복합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고 사그라지는 추세다. 강남 주상복합으로 통하던 고급 주택의 아이콘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상복합으로 몰리던 돈의 흐름이 분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부동산 거품의 해소 과정에서 실속을 따지는 상품들이 부상하자 주상복합 아파트가 그 자리를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다.

타워팰리스가 주춤하는 사이 서초구 반포동 주공2ㆍ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와 반포래미안퍼스티지가 입주하면서 강남권 고급 주거지의 바통을 넘겨받고 있다. 이들 단지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한때 미분양이 생기기도 했지만 뛰어난 입지여건과 학군ㆍ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고 단숨에 강남권 대표 아파트로 떠올랐다. 강남권 압구정동에서 대치ㆍ도곡동으로 이어지던 부의 흐름이 반포로 옮겨간 것이다.

더불어 대체 상품으로 단독주택도 급부상하는 추세다. 이미 단독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이 아파트 평균가격을 앞지르는 현상도 나타난 바 있다. 초고층의 화려함을 앞마당을 갖춘 편안함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엔 집이 투자가 아닌 주거 개념으로 바뀌는 것도 한몫 했다. 실제 국토해양부가 최근 발표한 공시가격에서도 공동주택(아파트)의 경우 서울이 0.3%, 인천은 2.1%나 하락했다. 경기도는 간신히 1% 상승했다. 반면 올해 서울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평균 6.2% 올랐다.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는 주택도 두 곳이나 등장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고급 주거 상품의 분화 흐름이 가속화된다 하더라도 타워팰리스가 갖는 부의 상징성은 당분간 더 유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집값 하락이라는 대세에 밀려 가격 부문에서는 회복이 쉽지 않겠지만, 최고 부자 아파트 1호라는 명성은 쉽게 퇴색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타워팰리스가 과거에 누리던 부의 상징성에서는 많이 퇴색된 게 사실이지만, 현재 타워팰리스를 대체할 만한 대형평형이나 커뮤니티를 갖춘 상품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최고 부촌 주거 상품으로서의 상징성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