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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견기업이 미래다> “카사바 농사가 곧 미래의 에너지 주권”
최동호 사장이 말하는 MH에탄올의 비전
농사꾼으로 변신한 오너2세…일꾼들과 뒹굴며 농장 일궈

“무학의 미래는 에너지 기업
정부지원 없어도 성공 확신
세계최고 에탄올 기업으로…”



[프놈펜(캄보디아)=윤정식 기자] 새하얀 피부와 금테안경, 일본 덴리(天理)대 출신의 이지적인 외모. 사진으로 만난 최동호(47) MH에탄올 사장은 부잣집 도련님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직접 대면한 최 사장은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185㎝의 훤칠한 키에 새카맣게 탄 피부, 회색 건빵바지에 장화를 신고 목에는 수건을 두른 채 밀짚모자를 쓴 그는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중견기업 무학그룹의 오너 2세로 보이지 않았다. 영락없는 현지 ‘농부’였다.

최 사장이 기자에게 처음 건넨 말은 “농사 지어 보셨습니까?”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농업이 결국 경제의 기본 바탕이라는 신념이 깔려 있었다. 그는 “에탄올 사업의 기반인 카사바 농사야말로 식량주권이 곧 에너지주권이 되는 전형적 사례”라며 “무학 역시 지금은 소주기업이지만 결국 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MH는 식품회사인가, 에너지기업인가.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소주를 통해 에탄올을 먹는 나라다. 기업가라면 이윤창출을 해서 기업을 더 크게 만드는 게 중요하지만, 이 사업에는 식량주권이 에너지주권으로 연결된다는 사명감이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는 주정(酒精) 원료로만 사용하는 에탄올을 태국이나 베트남 등에서 수입하고 있다. 일본은 에탄올을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이 수입하지만 주정에는 거의 안 들어가고 대부분 연료로 사용한다. 무학의 미래는 에너지기업이다.

-무슨 생각으로 캄보디아까지 왔나.

▶사탕수수ㆍ옥수수 등 에탄올을 만들 수 있는 작물들의 집산지를 찾아 남미부터 동남아까지 모두 다녔다. 결국 캄보디아의 카사바가 최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땅만 보고 왔다. 지금 보면 캄보디아 공장과 농장이 안정돼 보이지만 정말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었다. 캄보디아 역사상 화학공장은 우리가 처음이다. 하다못해 비닐공장도 없어 우리가 농장 내에 비닐공장을 만들었다. 지난해부터 카사바 수확이 시작됐다. 
재벌 2세 답지 않은 소탈함을 갖춘 최동호 MH에탄올 사장. 농장에서 땀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던 기자에게“내가 뭐 그리 대단한 일 한다고 사진을 찍냐”며 핀잔을 줬다. 일부러 연출이라도 해서 자신을 포장하기 바쁜 기업 오너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끝내 사진 촬영을 거부한 그의 인터뷰 사진은 캄보디아 정부에 회사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자료에 담긴 정갈한(?) 모습으로 대체한다.

-대기업도 진출 못한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히려 대기업은 가진 게 너무 많아서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대기업 회장님들이 캄보디아 현지에서 1년의 반을 지낼 수 있겠나. 나는 농장에서 일꾼들과 먹고 자고 한다. 이렇게 해야 겨우 현장을 파악할 수 있고 계획대로 일정을 맞춰나갈 수 있다. 우리는 사활을 걸고 캄보디아에 왔다. 비록 중견기업이라도 바이오에탄올 부문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 기업을 만들 것이고, 국가적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는 바이오에탄올이 뭔지도 잘 모른다. 시장이 형성될까.

▶한국은 아직 법제도가 완비되지 않아서 그렇다. 하지만 이미 세계 시장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고객은 지금도 전 세계에 널렸다. 이른바 에탄올 확보전에 뛰어든 사업자들이 넘쳐난다. 우리가 생산한 것을 한국으로 가져가려고 해도 서로 비싼 값을 내고 사간다고 해서 뺏길 정도다. 지금까지는 수출을 하던 중국도 이제는 수입상으로 돌아설 것이다. 전 세계 에탄올의 블랙홀이 탄생하는 셈이다. 앞으로 사려고 해도 살 곳이 없는 연료가 바로 에탄올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정부 지원이 필수라고 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런 사업은 정부 지원을 바라다보면 망한다. 그저 묵묵히 내가 ‘이 길이다’ 하고 판단했기 때문에 뛰어든 것이고, 그 판단이 맞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벌써 캄보디아 정부는 미래 에너지원이라는 생각에 우리 사업에 완전히 올인해서 돕고 있다. 우리 정부도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끼면 관련 법제도만 고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분야에서 장난치는 코스닥 기업들 때문에 불신이 많다.

▶공장도 없고 땅만 빌려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하겠다고 장난친 기업이 일부 있었다. 이들 때문에 우리도 의심하는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세계적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뭘 물려줄 생각으로 일한다면 그런 일 벌이지 말아야 한다. 난 이미 부모 잘 만나서 좋은 집에서 좋은 음식 먹고 좋은 차도 타봤다. 이제 국가를 위해 새로운 분야에서 고생하며 헌신하는 게 내가 할 일이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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