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양규 기자]미국과 유럽연합(이하 EU)의 대(對)이란 제재 여파가 국내 손해보험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16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EU가 이란 제재의 일환으로 이란을 입출국하는 운송수단에 대한 재보험 인수를 거절키로 함에 따라 국내 손보업계도 선박보험 등 일반보험 영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을 드나드는 유조선에 대한 보험영업을 하기 위해선 재보험 가입이 불가피하다”며 “주로 유럽소재 해외 재보험사에 보험을 가입해온 국내 손보사들이 재보험 가입이 어려울 경우 사실상 영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주로 사고로 인한 해양오염에 대한 피해보상하는 P&I(선주 상호보험)보험을 비롯해 배 선체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선박보험, 배에 적재된 화물에 대한 피해를 보상하는 적하보험 등을 주로 영업해왔다. 이 과정에서 손보사들 역시 보상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재보험사에 또 다시 보험을 가입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해왔다. 때문에 재보험 가입이 어렵다면 영업을 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EU에서 지난 1월 23일 처음으로 대 이란제재 조치를 발표한 이후 이란을 출입국하는 유조선등에 대한 재보험 제공이 전면 중단됐다. 다만 제재조치 발표직전 체결된 보험계약건에 대해선 유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적하보험은 책임개시일을 보험계약 시점이 아닌 출항시점으로 보고 있어 23일 이후 출항한 유조선에 대한 재보험 혜택여부에 대해선 업계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손보업계는 정부차원의 해결 방안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적하 및 선박보험 등은 보험영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현재 금융당국와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해외 재보험사 대신 국내 최대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재보험 업무를 맡아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코리안리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가 코리안리에 재보험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이 문제를 민간사업자에게 넘길 것이 아니라 중국처럼 원수보험사의 담보 이상의 손실 초과분에 대해 정부가 보장하는 등의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유조선에 대한 보험가입은 몇몇 손보사들이 공동으로 인수하고 있으며, SK(003600)와 현대오일뱅크는 현대해상(001450)이, S-OIL(010950)은 동부화재(005830)가, GS칼텍스는 LIG손해보험(002550)이 간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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