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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 아들 사칭한 男 “2200만원 가져와” 지시
[헤럴드경제=박혜림 인턴기자]북한에서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아들을 사칭, ‘대외보험총국’의 외화를 빼돌린 간 큰 사기꾼의 일화가 뒤늦게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탈북자 인터넷 매체 뉴포커스(www.newfocus.co.kr)는 14일 “2003년 이후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평양의 유명 사기사건”이라며 2002년 8월 한 젊은 남성이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을 사칭, 대외보험총국의 외화를 빼돌린 사건을 소개했다.

당시 대외보험총국에는 “장군님(김 위원장) 서기실인데 1시간 후 장군님 아드님께서 대외보험총국으로 갈 것이니 당위원회 책임비서는 비상대기하라”는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이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전화를 받은 대외보험총국 당 책임비서는 전화의 내용을 철썩같이 믿고 1시간 후 정문에 나갔다. 그가 이처럼 사기꾼의 전화를 믿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김 위원장의 현지시찰 대상선정이나 방문 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보안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1시간 후 ‘거짓말같이’ 대형 벤츠가 들어섰다. 이 벤츠의 차 번호판은 북한 중앙당 부부장 이상 급 간부들의 것과 마찬가지로 김정일의 생일을 뜻하는 2,16으로 시작했고, 차에서 내린 젊은 남성은 배가 나온 뚱뚱한 체격이었다. 이에 당 책임비서는 그가 ‘진짜 김 위원장의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중앙당 차를 타고 온 뚱뚱한 젊은이, 이 두 가지 조합에 젊은 남성이 사기꾼이란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이랬다.

김 위원장의 아들을 사칭한 이 남성은 사기행각을 벌이기 전, 중앙당 간부의 운전기사를 매수했다. 사실 기관에 등록된 북한 내 대부분의 운전기사들은 여가시간에 차의 부속품과 기름값을 자체적으로 충당하기 위해 차를 이용, 돈을 벌고 있다. 국가가 이를 공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 이 운전기사도 “미화 10달러를 줄테니 대외보험총국까지 태워달라”는 젊은 남성의 말에 혹해 의도치 않게 사기행각을 돕게 된 것.

이 젊은 남성은 이처럼 치밀한 계획을 통해 아무런 의심 없이 대외보험총국에 ‘입성’했고 당 책임비서에게 장군님을 모시고 이곳에 방문할 예정이라며 고가의 물품들을 보내주겠으니 외화 2만 달러(한화 약 2200만원)를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젊은 남성의 말에 한 점 의혹을 품지 않았던 당 책임비서는 즉각 돈을 준비했고 사건 다음날 책임을 지고 해임됐다.

이 젊은 남성이 은행도 아닌 대외보험총국을 사기대상으로 선정한 데는 이곳의 외화 보유 한도가 다른 기관보다 클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대외보험총국은 북한의 배들을 외국해상선박보험회사에 가입하게 한 뒤 일부러 수장을 시키는 방법으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같은 수법으로 대외보험총국은 김정일의 금고인 당 38호실의 주요 외화원천기지로 불린다.

한편, 이 젊은 남성의 놀라운 사기행각은 한달 뒤 막을 내린다.
김 위원장의 ‘진노’에 국가보위부가 은밀한 방법보다는 전국의 감찰기관을 총 동원, 전국에 수배사진을 돌리는 등 공개 수사를 벌인 것.

이렇게 잡힌 젊은 남성은 알고보니 평양조명기구공장 청년동맹위원장이었다. 빼돌린 2만 달러는 달러 번호를 추척한다는 소문 때문에 단 1달러도 사용하지 못했다.

뉴포커스 측은 사건과 관련, “이 사건은 많은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이 김 위원장의 일가가 더 이상 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음은 물론 김정일의 이름만 말해도 벌벌 떠는 북한 권력층의 눈 먼 충성심이 만 천하에 공개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mne1989@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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