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평범한 이야기 ‘넝굴당’이 통쾌한 맛 주는 이유
KBS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이 화제다. 평균 시청률 30%를 넘기며 국민드라마가 됐다. 젊은이나 나이든 세대 모두를 만족시키는 가족극이다.‘넝굴당’은 고부갈등을 겪는 엄마를 보며 자라 시집살이를 원치 않던 차윤희(김남주)가 능력있는 고아 테리 강(원래 이름은 방귀남ㆍ유준상)과 결혼했다가 앞집에 사는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시댁식구가 되면서 생기는 ‘시댁월드’에서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넝굴당’은 기존 주말 가족극과 두 가지 면에서 차별화됐다. 김수현 작가의 주말극 등은 대개 3대가 함께 모여사는 가족의 삶을 보여주며 기존의 보수적인 모습에서 약간의 진보적인 이야기와 캐릭터를 뽑아내는 정도에서 끝났다.

하지만 ‘넝굴당’은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는 잣대를 벗어나 합리적 공감을 기초로 한다. 그래서 올캐를 괴롭히려는 시누이나 어버이날 며느리의 친정 방문은 싫어하면서 딸의 친정 방문은 당연시하는 시댁문화의 이중성 등을 꼬집는다. 차윤희의 시집살이는 시어머니가 수시로 찾아오고 아예 아들 부부의 집 문 비밀번호까지 요구하고, 계획에 없는 아기를 낳으라는 시할머니의 성화에 힘든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시댁을 향한 유효적절한 반격이 통쾌함을 준다.

가족관계에서 합리적 공감을 바탕으로 극을 끌고 가는 이 극은 유난히 반전이 많다. 반전 요소가 많다는 점은 우리 가족의 관습과 행태에 그만큼 비합리적 요소가 많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넝굴당’은 이 점을 심각하거나 계몽적인 자세와 관점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고 예능적인 웃음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시청자는 마음껏 웃으면서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는 ‘넝굴당’이 가진 새로움이자 경쟁력이다.

박지은 작가는 드라마 ‘내조의 여왕’과 ‘칼잡이 오수정’을 쓰기 전 ‘사랑과 전쟁’ ‘멋진 친구들’ ‘이색극장-두 남자이야기’ ‘역사스페셜’ ‘꼭 한번 만나고 싶다’ 등 코미디와 시트콤, 교양물 등을 두루 쓴 다채로운 경력을 지녔다. 그래서 스토리는 무겁지 않다.

방귀남의 작은아버지 방정배(김상호)나 국어선생 민지영(진경), 방이숙(조윤희)의 직장 사장 천재용(이희준), 한때 잘나가던 반짝가수 윤빈(김원준) 등 캐릭터들은 예능적인 재미를 준다. 캐릭터들은 완전히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 기존 캐릭터에 약간의 변화와 새로움이 가미돼 있다.

평범하게 잘생긴 남자 방귀남은 요즘 ‘국민남편’으로 등극한 상태다. 방귀남은 기존 관념으로 보면 아내편에 조금 더 기울어진 듯 해도 거부감이 생기지 않는다. 캐릭터의 설정이 잘돼 있기 때문이다.

방귀남은 30년간 가족과 떨어져 있었던 인물이다. 친부모가 귀남에게 해준 건 별로 없다.

방귀남의 친모 엄청애(윤여정)는 “귀남을 보면 반갑지만 별로 아는 게 없다. 뭘 좋아하는지, 뭘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새애기가 부럽다. 귀남이 가족으로 생각하는 애라서”라고 말한다.

작가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불합리한 시집살이 문화를 귀남의 입을 통해 계속 환기시킨다. 게다가 귀남은 5살 때 미국으로 입양돼 전통적인 우리 시댁 사고방식을 소유한 인물이 아니다. 작가의 영민함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귀남은 친모에게 “내 와이프를 혼낼 때는 내가 있을 때 해달라. 나 없을 때 아내를 불러 혼내지는 말아달라”고 말한다. 또 귀남은 윤희의 시누이 3명을 노래방에 불러 “내 아내가 눈치보고 주눅드는 게 싫다. 말숙이 너 까불지마. 편 가르는 것 싫어하지만 굳이 가른다면 나는 아내편”이라고 큰소리친다.

첫째 시누이 방일숙(양정아)이 “아내를 너무 싸고돌면 좀 그래”라고 하자 귀남은 “동생들은 홈그라운드, 아내는 원정경기다. 그러니 홈그라운드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게 스포츠 정신”이라고 맞선다. 어버이날 아침에는 처가에 가야 한다며 “효도는 셀프라고 생각한다”고 선물에 대해 부담을 주는 여동생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사사건건 차윤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시누이 말숙(오연서)과 이숙은 오빠의 이런 말에 황당해하면서도 결국 꼼짝 못하고 만다. 사실 방귀남이 하는 말은 거의 합리적이다. 그러니 시간이 갈수록 가족이 싫었던 여자와 가족이 뭔지 모르고 살았던 남자의 낯선 사람과의 가족되기는 조금씩 자연스러워져가는 듯하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