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저축은행 부실수사가 시작된 뒤 지난해 12월부터 중국 밀항 계획을 세웠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해양경찰청 외사과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저축은행 고위급 관계자가 밀항을 시도하고 있다는 첩보를 익명의 정보원을 통해 입수했다. 이후 해경 외사과는 밀항 알선책으로 알려진 박모(51)씨와 엄모(53)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실시했다.
지난 1일부터 박씨 일당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부산에 사는 박씨와 엄씨의 움직임이 서울에서 포착됐다. 해경 외사과는 정보원을 통해 박씨와 엄씨가 지난 3일 경기도 화성시 궁평항에서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를 밀항시킨다는 첩보를 접수했다.
이후 박남희 해경 외사과 수사계장은 경찰 10명으로 수사팀을 꾸렸다. 수사팀은 3일 아침부터 궁평항에 도착해 경찰 7명을 낚시꾼으로 위장시켰다. 또 2명을 선장, 선원으로 잠복시키기도 했다. 이날 낮이 되자 박씨와 엄씨가 궁평항 선착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의 밀항을 주선한 중간역할 이모(53)씨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저녁 8시20분께 고위 관계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궁평항에 도착했다. 그는 남색 곤색 점퍼차림에다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이 남성이 경찰이 잠복해 있는 9t급 소형 어선에 탑승하자, 낚시꾼으로 위장한 경찰은 저녁 8시30분께 선착장에 있던 알선책 박씨와 엄씨, 이씨를 덮쳐 차례로 수갑을 채웠다. 곧바로 소형 어선을 타고 있던 고위급 관계자와 함께 중국으로 밀항하려 했던 알선책 오모(49)씨를 체포했다.
불과 20분만에 모든 체포가 이뤄졌고 고위 관계자 및 알선책의 저항은 없었다. 밀항 계획이 성공했다면 이들은 어선을 타고 공해상에서 화물선으로 옮겨탈 계획이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체포 당시 모두 5만원권, 240장 모두 현금 1200만원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에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고위 관계자는 경찰 수사 중에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 밝혀졌다.
박 계장은 “첩보를 입수했을 당시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가 밀항을 시도한다는 정보만 입수했다”면서 “체포 당시 그가 김 회장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해경 조사에서 “밀항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이사장(알선책 이씨)이 이 곳에 내려오라고 해서 그냥 배에 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경은 5일 오후 6시께 김 회장의 신병을 부실저축은행 수사를 맡은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으로 넘겼다. 해경은 알선책 이씨 등 4명에 대해서는 밀항단속법 위반으로 6일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 회장은 3일 오전 밀항을 시도하기에 앞서 현금 130억원과 수표 70억원을 불법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ms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