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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침묵하는 美·中…천광청의 운명은
“미국 가고 싶다”美의회에 SOS 전화
롬니“ 천광청 中 인도 치욕”…오바마 행정부에 강력 비난

지도자 교체 앞둔 中도 곤혹…美와 재협상통한 해결 원해



“클린턴 국무장관을 만나고 싶다. 그가 날 더 적극적으로 도와줬으면 한다. 미국으로 갈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 달라.”

3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으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중국 베이징에서 온 연락이었다. 천광청이었다. 그는 차오양 병원에서 미 하원 인권소위 크리스 스미스 위원장에게 ‘SOS’ 신호를 보낸 것이다. 때마침 천광청을 두고 토론을 벌이던 시각이었다. 스미스 위원장은 “우리는 당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 이라고 화답했다.

가택연금에서 탈출한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은 4일 현재 주중 미 대사관을 나와 베이징의 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천광청의 신병은 중국정부가 확보하고 있다. 그는 미국행을 강력히 원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그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천 변호사는 당국의 감시를 피해 휴대전화를 계속 바꾸면서 지인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 가족들의 소재 파악이 안되는 상태에서 그는 최종적으로 미국행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4일 오전 현재까지도, 중국과 미국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어느 쪽도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앞으로 사태 해결의 방향은 중국정부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천 변호사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중국 쪽이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중국으로선 미국과 재협상을 하거나, 천광청을 미국으로 보내주거나, 아니면 천광청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중국에 머무르게 하는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고 내다봤다.

현재 천 변호사를 중국 측에 인도한 미국 정부는 호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애당초 왜 그를 대사관에서 나가게 했느냐는 것이다. AP통신,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012 미 대선에서 사실상 오바마의 맞수가 된 공화당의 밋 롬니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는 3일 버지니아 유세에서 “천 변호사의 대사관 이탈을 허용한 이날은 ‘자유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날’ 이며 ‘오바마 정부 수치의 날’이다”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천 변호사를 두고 중국과의 ‘거래(deal)’에서 지나치게 조급증을 보였다는 시각도 있다. 1989년 텐안먼 사태 이후 미국 대사관에 난민보호 신청을 한 고(故) 팡리즈와 관련된 협상을 중국정부와 진행한 경험이 있는 미국 측의 한 인사는 “미국정부가 3일부터 시작되는 중국과의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지나치게 서둘렀다”고 AP통신이 3일 보도했다.

중국도 2012년 지도자 교체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경험이 부족한 차세대 지도부는 자칫 민감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반체제 세력과 외부압력에 강경 대응하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안전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미국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당국은 현재 차오양 병원을 찾는 천 변호사의 지인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천 변호사가 ‘미국에 갈 것’이라고 심경을 바꾸는 한 빌미를 제공했지만, 또 다른 한쪽에선 미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사태 해결을 원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윤현종 기자>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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