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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 유해 물질에 노출된 어린이들
[헤럴드경제= 민상식 기자]초등학교 과학시간. 박모(10)군은 삼발이 위에 철망을 놓고 비커를 올렸다. 알코올 램프에도 불을 붙였다. 철망엔 과열을 막기 위한 하얀 물질이 붙어 있다. 그러나 박 군은 이 하얀 물질이 인체에 해로운 ‘석면’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 지난 2007년부터 국내에서 석면사용이 금지됐지만 아직 인터넷 등을 통해 ‘중국산 석면망’이 판매되고 있다.

일 년에 하루뿐인 어린이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어린이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지만 어린이들이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다.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 어린이 및 영유아가 일상생활에서 환경유해 물질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다.

3일 서울지역 환경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초부터 지난달 13일까지 8개월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사례는 52건이다. 사망자의 연령대를 보면 영유아 및 어린이가 35건으로 전체의 67%를 차지한다. 영유아 및 어린이가 가습기 살균제에 가장 취약했던 것. 하지만 정부는 이 문제를 피해자와 해당업체 간 법적소송으로 해결하라는 입장이고, 어린이보호대책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시멘트공장 인근 어린이들은 중금속에 노출돼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충청북도 제천과 단양, 강원도 삼척 시멘트공장 인근 초등학생들은 혈액 속 납, 수은과 소변 속 카드뮴의 농도가 시멘트공장이 없는 곳 아이들보다 2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어린이는 또 전자파 공해에도 시달린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생 6052명 중 91%가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은 80%가 휴대폰을 갖고 있다. 전자파는 어린이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휴대폰 전자파를 ‘잠재적인 발암물질’로 규정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석면안전관리법’ 시행을 공표했지만 석면에 대한 공포는 아직 여전하다.

학교의 석면은 정부가 관리하기로 나섰지만 사설 학원시설은 정부관리 대상에서 빠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사설 학원시설 대부분이 석면천정텍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어린이를 환경유해 물질에서 구제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어른들이 생물학ㆍ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보호에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법률적으론 “환경보건법 등 관련 법령에 ‘환경오염과 어린이보호’ 특별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면서 “환경부에도 어린이 환경보건과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외에도 “환경피해보상법을 제정해 사전 예방조치 및 신속한 구제와 보상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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