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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홧김에 찌르고…청소년 범죄 흉포해졌다
“험담하고 말 잘 안듣는다”…여고생 둔기로 때려 암매장

신촌 대학생 피살사건은…흉기로 무려 40여차례 찔러

군중심리 탓 죄의식 못느껴…가치관 정립 교육체계 시급



1988년 일본 열도는 이른바 ‘콘크리트 여고생 살인사건’으로 들썩였다. 만 15~18세 청소년들이 하굣길 여고생을 납치해 40여일 동안 성폭행 및 신체적 고문을 한 뒤 살해해 인근 공사장 드럼통에 넣고 콘크리트로 묻어버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 한국 사회에도 큰 충격을 던져줬다. 이후 일본의 ‘이지메’ 등 일본 청소년 문화의 한국 유입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한국판 ‘콘크리트 살인사건’ 급증…소년 강력범 4년 연속 증가=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다. 콘크리트 살인사건은 더 이상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달 30일 서울 창천동에서 발생한 ‘신촌 대학생 피살사건’의 피의자인 10대 청소년들은 발버둥 치는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둔기와 흉기를 이용해 온몸을 수십차례 찌르는 잔혹함을 보였다.

지난달 18일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에서 발생한 ‘10대 여고생 암매장사건’도 비슷하다.

피의자인 10대 남녀 청소년 9명은 또래 친구가 자신들을 험담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둔기로 마구 때려 숨지게 한 뒤 집 근처 공원에 암매장했다.

지난해 12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의 가해 학생들도 피해학생을 물고문하고 목에 전깃줄을 감는 등의 폭행을 반복해 결국 친구를 자살로 몰고가게 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공개한 ‘2012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소년범죄 중 살인, 강도, 방화, 강간 등 강력범의 비율은 2010년 현재 전체 소년범죄의 3.5%로 2007년(2.2%)이후 4년 연속 증가했다. 소년범의 전과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09년에는 1범의 비율이 전체의 14.7%로 ‘2범(7.4%)’ ‘3범(13.5%)이상’보다 높았지만 2010년에는 ‘3범 이상’이 15.7%로 1범(14.7%)의 비율을 넘어섰다.

소년범죄자가 제2, 제3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얘기다.

▶ “그들만의 규범과 사회의 규범 혼돈”…교육체계 마련돼야=문제는 범죄를 저지르는 10대 청소년들이 이런 행동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만든 집단 내에서 형성된 룰에 따라 생각하게 된다.

인터넷 중독에 이른 청소년의 경우 사이버상에서 공론화 된 규범과 사회규범을 혼돈해 마치 게임 안에서 인명피해를 내듯 살인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대들의 군중심리가 범죄 행위에 대한 죄의식을 사라지게 한다는 분석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인은 사회적인 제약과 규범에 대해 알기 때문에 폭력성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지만 10대는 자기억제가 성인보다 떨어지다 보니 폭력성이 쉽게 노출된다. 10대의 동조심리가 이러한 폭력성 노출을 돕기도 한다. 친구와 같이 범죄를 저지르며 책임감과 죄책감을 분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윤경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10대 가해자들은 피해자가 진짜 죽을 줄 몰랐을 것. 집단 군중심리로 폭력을 행사하면서 자신들의 행동이 과하긴 했지만 의도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10대들에겐 옳고 그름이 아닌 좋고 싫음이 행동 기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엄중한 훈육과 더불어 청소년의 사회적 관계 다양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10대 범죄의 처벌 수위가 훈방이나 불기소, 기소유예 처리가 되는 건 문제가 있다. 현재의 소년보호처분은 아이들의 일탈을 제어하기엔 역부족이다. 지금의 소년원보다 소규모인 집중시설을 만들어 가정을 떠나 새로운 규범 안에서 훈육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사회적 가치관 정립이 필요하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고립화돼 인간관계가 거의 없다. 면대면 접촉을 늘려 인간관계를 다양화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수진ㆍ박병국ㆍ민상식 기자>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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