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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우병 전문용어만 늘어놓고 안심해라?
1일 열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국회의원과 농림수산식품부 간에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지만, 결국 핵심은 ‘과학’ 대 ‘신뢰’의 문제로 좁혀졌다. 서규용 농림부 장관은 “수의과학적으로 안전하니까, 수입 중단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여야 의원들은 “2008년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 중단을 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어디 갔느냐”며 정부를 압박했다. 국민 불안과 분노의 실체가 광우병 위험 여부보다는 2008년 했던 정부의 약속을 왜 어기느냐는 데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부의 설득논리는 지나치게 단순했고 난해했다. 서 장관은 “이번에 광우병이 발생한 젖소는 10년7개월생으로,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소고기가 30개월 미만이라 괜찮다”고 말했다. 또 광우병에 걸린 소의 살코기를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OIE(국제수역사무국) 규정을 들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OIE 기준과 달리 학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안전하다고 말하면서도, 장관조차 전문적인 근거를 들어 안전성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10여명의 공무원이 뒷자리에 앉아 실시간 조언을 했지만,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으로 보는 이들을 당혹하게 했다. 정형ㆍ비정형 광우병, OIE, SC, SRM 등 온갖 영어와 전문용어를 늘어놓으며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검역을 강화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실제로 검역을 3%에서 50%로 강화해도 광우병 의심소를 분간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광우병 소는 뇌를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질병이라, 개봉 검역비율을 높이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미국보다 발 빠르게 광우병 안전성을 파악한 정부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야당 의원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뒤 하루 만에 (미국 측에 보낸 질문서 답변이 오기 전에) ‘안전하다’며 기자회견을 했느냐”며 “어떻게 한국의 장관이 미국보다 더 빨리 안전성을 확신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검역 중단 권한이 있는데 왜 하지 않느냐고 질타하자 서 장관은 “(검역 중단) 요건에 안 맞고 전혀 문제가 없다는데 왜 그 짓을 하느냐”고 말했다.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여부는 중요치 않았다. 시계는 2008년으로 돌아갔다. 정부가 내놓는 수의과학적 설명은 됐고, 국민과의 약속부터 지켜야 설득이 통하지 않겠느냐는 정치권의 상황논리가 지배했다. 농림부는 초기에 국민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 책임을 피하느라 역시 허둥지둥거릴 뿐이었다.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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