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인류 역사가 발전한 것은 ‘반(反) 역사‘의 산물인 혁신 덕분이다. ‘예로부터 그래왔다’는 역사의 기록에 ‘과연 그런가?’라며 도전한 것이 혁신의 원동력이다.
카이사르는 800년 공화정 전통의 로마에 제정(帝政)을 도입했고, 이 혁신이 로마제국의 명맥을 1400년 넘게 연장시켰다. 르네상스 탐험가들과 근대 과학자들의 도전도 반역사를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했다.
증시에도 반복은 어김없고, 이 때마다 혁신으로 대응한 자들만이 수익을 냈다. 증시에서 가장 강력한 반복 두 가지만 명심하자. 쏠림이 심해질수록 위기는 가까워진다. 빠를수록 위험하다.
먼저 쏠림을 보자. 2006년과 2007년에는 중국관련 펀드가 대세였다. 2010년부터는 이른바 ‘7공주’와 ‘차화정’을 중심으로 자문형랩이 뜨기 시작해 2011년 상반기까지 시장을 휩쓸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과 유럽 재정위기가 등장해 시장을 초토화시켰다. 남들도 다 버는 돈, 나라고 못 벌까 투자했다 낭패를 본 이들이 수두룩하다.
요즘 ELS가 난리다. 펀드와 자문형랩에서 뺀 돈을 ELS에 넣는게 마치 유행같다. 서브프라임 사태전 두 개의 기초자산으로 구성된 ELF(주가연계펀드), 이른바 ‘투스타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시장이 폭락하자 원금손실이 속출했다. 뒤늦게 들어간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려야했다.
반면 성공한 이들은 쏠림을 읽어 시장의 과열을 일찍이 간파하고 앞서 방어적 자산배분을 했다. 거품 붕괴에서 지킨 자산은 이후 회복국면에서 다른 투자자들이 원금회복에 여념이 없을 때, 두 세 배의 수익을 안겨줄 원천이 된다.
다음은 속도다. 빨리 타오른 불길일수록 쉽게 사그라든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돈인데, 돈을 움직이는 건 사람의 마음이다. 인간이란 마음이 편하면 길게 보며 천천히 움직인다. 불안하면 눈 앞의 일에만 급급해 서두른다.
미국이 1,2차 양적완화를 할 때만해도 급한 불은 껐다는 안도감이 강해 좀 더 멀리 내다보려는 심리가 강했다. 2009년 이후 외국인 누적 매수추이를 봐도 2010년 중반까지는 꽤 매끄러운 추세다. 그런데 이후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선의 움직임에 출렁임이 심해졌다.
유럽사태는 국가간 정치이슈가 얽혀있어 꺼질듯 다시 타오르며 투자심리를 조변석개(朝變夕改)하게 만든다. 아직도 규제의 ‘만리장성’에 가려진 중국은 그 속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뭔가 분명 문제가 생긴 듯하다. 문제는 유럽이건 중국이건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만한 자료나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작년말 유럽이 구제금융안을 내놓은 이후 증시로의 외국인 자금 유입속도는 사상 최고수준이다. 이는 거꾸로 말해 유동성이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사상 최고의 속도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외국인이 가진 공매도(short)라는 ‘무기’는 그 번개 같은 위력이 무시무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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