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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태양 만들었던 엘리아슨,이번엔 시간여행
<이영란 기자의 아트 앤 아트>

미술가는 많아도 올곧은 사회의식을 지닌 작가는 드물다. 특히 지구촌 미술시장의 스타작가들은 작품이 자본화돼 의식 있는 활동을 펼치기 어렵다. 그러나 덴마크 출신의 유명작가 올라퍼 엘리아슨(45)은 예외다. 그는 전기 없이 살아가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 오지에 전기를 보급하는 색다른 아트 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의식 있는 작가의 아름다운 외도= 런던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드넓은 터빈 홀에 장엄한 인공태양을 띄워올린 것을 비롯해 ‘예술에 과학을 접목시킨 예리하면서도 환상적인 작업’으로 지난 20년간 명성을 구가해온 올라퍼 엘리아슨은 요즘 손바닥만한 태양열 랜턴 보급에 푹 빠져 있다.
이름하여 ‘리틀 선(little sun)’ 프로젝트. 작가가 바람개비 모양으로 멋지게 디자인한 태양열 랜턴을 낮시간에 머리나 허리에 차고 다니면, 밤이면 충전된 전기로 책도 읽고, 모임도 가질 수 있다. 
 
올라파 엘리아슨

덴마크와 아이슬란드에서 성장기를 보내 작가는 북유럽의 신비로운 자연풍광에서 영감을 얻어 자연환경과의 물리적, 정서적 교감을 시도한 작업을 펼쳐왔다. ‘리틀 선’ 또한 그 연장선상인 셈. 작가는 오는 5월 9일 에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리틀 선’프로젝트의 론칭파티를 열고, 1차로 100만여개를 보급한다.

엘리아슨은 “아직도 지구촌 곳곳에는 전기 없이 사는 이들이 많다. 그곳 어린이들이 밤에 공부할 때 불을 환히 밝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리틀 선들이 세계의 낙후된 곳들에서 그 작은 몸체로 밝은 빛을 발하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아트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베를린장벽이 무너질 무렵 독일에 거주했고, 현재도 베를린에 스튜디오를 두고 있어 분단국인 한국인의 심정을 이해하며, 북한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과학적인 예술’로 꼽히지만 사실은 ‘인간이 존재하는 방식을 담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의 마음 속 강렬한 태양과 오묘한 만화경=물론 그의 본업은 미술이다. 틈틈이 사회공헌활동을 하지만 베를린의 스튜디오에서 건축 물리 공예 수학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혁신적인 예술작업을 거듭 중이다. 그 중 일부가 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에 모였다. 전시타이틀은 ‘Your Uncertain Shadow’.
오는 5월 31일까지 이어질 전시에는 엘리아슨의 최신 설치작품과 조각, 회화 등 21점이 나왔다. 특히 나무를 주재료로 빛과 색채의 지각적 인식을 살핀 ‘Driftwood’연작과 새로운 시간성을 천착한 ‘감성적 여정’이 돋보인다. 빛의 파장과 움직임을 활용한 작업들은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것들이 많다.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설치미술가/덴마크)

엘리아슨은 유리, 거울, 조명 같은 인공적인 재료와 물, 안개, 이끼 같은 자연요소를 넘나들며 독특한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미술가가 안 됐다면 지금쯤 물리학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하는 작가는 ‘공간에의 이해, 환경과의 물리적ㆍ감정적인 교감, 움직임, 시간성’등의 주제를 아름답고 정갈한 예술언어로 구현해낸다.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의 인공태양 프로젝트(2003년)로 전세계적으로 열띤 호응을 얻었던 작가는 작년에는 덴마크 오르후스에 260t에 달하는 거대한 유리전망대를 설치해 도심을 무지갯빛 파노라마로 바꿔놓기도 했다.

이렇듯 엘리아슨의 작업은 거대한 자연현상을 전시장 내외부에 구현함으로써 관객과 관객, 동과 서, 미술과 일상 사이의 물리적이고도 감각적인 소통을 시도하며 ‘우주 속에서의 인간존재’를 성찰하게 하고 있다. 

(02)515-9496, 사진제공=pkm갤러리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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