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과소비 구조 한계치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규제
한전 재무건전성 ‘빨간불’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여름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매년 동계 및 하계 최대 사용 전력을 갱신하는 현 전력 과소비 구조를 버틸 수 있는 한계가 턱 바로 아래까지 차올랐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일한 해법은 전기료 인상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가 전력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공기업 한전의 재무상황은 빨간불이 켜졌다.
한전의 2011년 부채는 50조원, 부채비율은 113%로 절대적인 수치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2007년의 22조원, 49%에 비하여 불과 4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한 데에 심각성이 있다.
2008년 이후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발전연료비 급증으로 한전의 구입전력단가는 2007년 대비 41%나 상승했다. 반면, 정부 규제로 인해 전기요금은 15% 인상에 그쳤다.
현행 전기요금 구조는 누적된 손실을 나중에 회수할 수 있는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전기요금을 현실화 한다고 해도 지난 4년간의 누적 적자로 발생한 부채는 줄어들지 않는다.
2011년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은 87%에 불과하다. 전기 100원어치를 판매할 때마다 13원의 손실을 본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전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어 결국은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공기업의 특유의 비효율성도 일정부분 존재할 수 있지만 물가안정 정책을 최우선으로 한 정부의 가격통제가 가장 주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지나치게 싸다고 지적되고 있는 산업용 전기의 경우 지난 2003년 한국은 미국과 같은 수준이었음에도 지난 2010년까지 요금 인상율을 보면 미국은 33.3%인 반면 한국은 13.7%에 그쳐 절반에도 못미쳤다. 애당초 한국보다 훨씬 비싼 전기료 체제를 갖추고 있던 유럽 국가들 중에는 심지어 100%가 넘게 인상한 곳들도 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사회는 자발적 에너지 절약에 대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 여름에는 열대야에도 불구, 지난친 절전으로 노인 열사병이 속출하면서 공영방송 NHK는 “노인이 있는 가정은 에어컨 사용을 촉구한다”는 방송 캠페인을 벌일 정도였다. 그 결과 지난해 일본 정부는 전년대비 15% 절전을 목표했었지만 이를 훌쩍 초과해 21% 절전을 달성했다.
하지만 한국은 심지어 지난해 작년 9.15 순환정전사태가 발생한 다음날에도 한낮 최대 사용전력이 전날보다 더 증가했다. 사고와는 별도로 싼값에 무의식적인 전기 과소비가 이미 생활화됐다는 것. 전기요금 현실화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 국가 과제임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윤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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