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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분도 실리도 놓친 대형마트 의무휴업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쉰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그게 우리 동네 마트일 줄은 몰랐어요”

우산을 받쳐들고 마트를 찾았다 허탕을 친 소비자들은 비슷한 탄식을 내뱉었다. 정치권과 지자체, 유통업계에서 연초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정작 소비자들에게는 그 취지도, 시행 여부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의무휴업일을 미리 알고 있었던 소비자들도 때아닌 ‘장보기 전쟁’을 치르느라 불편을 겪어야 했다. 반사이익을 기대해야 할 전통시장 상인들도 표정이 밝지 않았다.

▶‘장보기 삼만리’에 주말 잃었어요= 지난 22일 첫 의무휴업을 맞은 전국 110여곳의 대형마트들은 며칠 전부터 소비자들에게 우편물을 보내거나 매장 곳곳에 안내문을 부착하는 등 휴업 여부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22일 이마트 가양점 매장에는 오전부터 휴업 여부를 미처 인지하지 못해 헛걸음을 한 소비자들이 계속 이어졌다. 굳게 닫힌 문을 두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소비자들은 휴업일이라는 안내판만 보고 씁쓸한 표정으로 돌아서야 했다. “며칠 전부터 매장 안에 안내문 붙이면서 휴업 얘기를 했다는데 모르셨냐”는 기자의 질문에 “며칠 전에 장을 봤다면 오늘 굳이 마트에 왔겠냐”는 한 주부의 퉁명스런 반문만 돌아왔다. “다른 구(區)에서 한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우리 동네도 해당되는지는 몰랐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자치구별로 시행 여부가 들쭉날쭉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정확한 인식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미리 휴점일을 알고 있었던 소비자들도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휴점일 하루 전인 지난 21일에 미리 장을 보려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는 바람에 물건을 고르거나 계산 할 때 평소보다 혼잡했기 때문이다. 21일 집 인근의 대형마트를 찾았던 정모씨는 “마트에 사람이 많아 시식은 꿈도 못 꿀 상황이었다”며 “한가한 장터가 도떼기시장이 된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규제에도 틈새가? 전통시장 살린다더니…= 의무휴업일을 정한 취지는 대형마트 휴업을 일괄적으로 정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전통시장으로 돌려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트 가양점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갈 수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는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이번 대형마트 업시간 규제에서 모두 예외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농협 하나로마트 외에도 이마트 가든파이브점, 롯데마트 김포공항점 등 6개 마트는 22일부터 의무휴업을 시행한 지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정상 영업을 했다. 이들 점포는 지자체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을 때 대형마트가 아닌 쇼핑센터나 복합쇼핑몰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소비자들은 기대를 밑돈 것으로 파악됐다. 대형마트마다 촘촘한 그물망 출점 덕에 소비자들 대부분 인근의 다른 지역 마트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이마트 가양점에는 4㎞만 더 가면 이마트 목동점이 영업하고 있다는 안내 현수막이 내걸렸고, 허탕을 친 소비자들 대부분 목동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비슷한 시각 인근 제일시장은 한산했다. 비 오는 날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다는 불편이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끌기에 다소 역부족이었을 수도 있지만, 상인들은 “평소와 별 반 다를 바 없다”는 반응 뿐이었다.

올해 첫 시행한 대형마트 강제 휴무는 소비자 불편을 가중시키고, 전통시장으로의 유인책도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국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꼴이 됐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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