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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외 게릴라전 강했던 나꼼수, 선거 전면전선 취약
[헤럴드경제=남민 기자] ‘나꼼수’가 지난해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정부·여당을 거칠게 궁지로 몰아넣으며 젊은이들을 열광케 했지만 제도권 선거 앞에선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문제를 폭로하고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1억 피부과’ 의혹을 제기하며 10·26 서울시장 선거판을 흔드는 등 그 위세를 높였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거부서비스) 공격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도 나꼼수의 힘이었다.

열광 팬 이면에 당시에도 이들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막말이 위험 수위를 넘으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렇다고 나꼼수의 발목을 잡진 못했다. 그들의 최대 무기는 제도권의 방송국도 아니었고 언론사도 아니었다. ‘듣기 싫으면 듣지 마’와 ‘쫄지마’를 외치며 나꼼수 만의 방식으로 게릴라전을 펼쳤고 이런 자유로움에 추종하는 젊은이들은 더욱 열광했다.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에 앞서 ‘비키니 인증’ 사건이 있었다. ‘진보의 전사’들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다수의 지지자들은 그래도 나꼼수를 감쌌다. 나꼼수가 대여 투쟁의 선봉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주는 것만으로도 통쾌해 하는 젊은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꼼수는 성인군자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선거판에 뛰어들자 상황은 달라졌다. 그동안 남들을 비판만 하던 그들도 이젠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들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벽 앞에 서야 했다. 예전 같으면 ‘듣기 싫으면 듣지마. 들을 사람만 들어’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이젠 ‘찍기 싫으면 찍지 마’를 외칠 수가 없었다.

김용민 후보는 노원구갑에서 44.2%라는 적잖은 득표율을 올렸지만 야당세가 확산된 서울ㆍ수도권지역에서 이노근 새누리당 후보에게 승리를 양보해야 했다. 김 후보는 패배를 인정, “평생의 빚으로 안겠다” 고 말했다.

결국 나꼼수는 장외에서 게릴라전에는 강했지만 총선이라는 전면전에선 취약한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이제 김용민 후보의 완주를 고집했던 나꼼수는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정권심판론을 앞세워 승기를 잡아가던 민주당은 그의 막말 논란이란 암초를 만나 선거 막판에 침몰했기 때문이다.

suntopi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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