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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폭로전’ ...이슈ㆍ공약은 실종, 말초신경 자극만 남아
4ㆍ19총선이 사상 유래없이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선거 막판 무책임한 폭로전의 수위도 점입가경이다. 1000표 이내에서 피말리는 승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표가 아쉬운 후보들은 “일단 터뜨리고 보자”는 막가파식 폭로에 여념 없다. ‘정책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약속했던 각 당 대변인들도 심각한 건망증 환자인양, 연일 상대당 후보 비난의 선봉장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 같은 ‘묻지마’ 폭로전은 발표 한두시간 만에 “사실관계 정정”, “취소”라며 스스로 무리수를 인정하는 ‘自爆(자폭)’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일 대변인 브리핑 일부를 급히 취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새누리당 후보들의 논문 표절 논란, 금품제공의혹, 선거공보 및 현수막 허위사실 공표 등을 주장하며, 양천갑의 길정우 새누리당 후보가 허위 홍보에 가담했다고 밝혔다가 사실관계가 다르자 부랴부랴 취소한 것. 당 지도부가 선거 막판 다급한 마음에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음을 스스로 자백한 셈이다.

이 같은 해프닝은 선거구 내 후보들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 연수의 이철기 민주당 후보는 황우여 새누리당 후보의 재산 증식을 문제삼았다가 채 하루도 안되 “계산 착오”였다며 이미 발표했던 보도자료 취소를 요청했다.

새누리당의 폭로전도 날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상대당의 신경민 후보에 대해서는 주식증여 문제를,박영선 후보에게는 자녀 유학을, 심재권 후보 등에게는 병역기피 등을 문제삼으며 집중포화를 날렸다. 특히 박 후보의 자녀 유학문제 등은 그동안 선거과정에서 드러났다가 해명된 문제를 재탕삼탕 써먹었다. 여기에는 이례적으로 중앙당 선대위 대변인과 부대변인이 총 동원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지나친 상대 후보 비방으로 유권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나왔다. 새누리당이 김용민 후보의 발언을 문제삼으면서도, 그의 막말 동영상을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여과 없이 올려놓은 것. 이를 본 네티즌들은 “여성 비하와 잔인함 등을 문제삼으면서 그런 것을 그대로 걸어논 것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선거 막판 비방, 폭로전은 고소ㆍ고발 공방으로도 이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것은 176건이다. 이는 18대 총선 전체 고발 건수 131건 대비 30%가 늘어난 수치다. 또 수사의뢰는 74건에 달했다. 비교적 가벼운 처벌인 경고 조치도 825건이나 됐다.

문제는 이 같은 네거티브 전쟁이 투표일이 다가올 수록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점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한 표가 아쉬운 후보 입장에서 어려운 정책보다는 말초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폭로전이 더 매력적”이라며 “최근에는 단순한 구전을 넘어 SNS나 특정 성향의 군소 인터넷 매체 등을 활용한 지능적인 수법도 늘어나면서, 그 효과까지 더 커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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