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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 스토리> 현대모비스와 뫼비우스의 띠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주도하는 시장이다. 그런데 요즘 같은 때 당연히 펄펄 날아야 할 현대모비스가 풀이 죽어 있다. 시장전문가 대부분이 현재 현대모비스 주가가 아주 싸다는 데 동의하지만, 정작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유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때문이다.

시장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변화 방향은 현재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합병, 또는 정의선 그룹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팔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는 방법이다. 합병을 하든, 지분을 사든 정 부회장 입장에서 현대모비스 주가가 높아질수록 부담도 커진다.

현대모비스는 모듈과 AS 부품이 양대 축인데, 모듈 부문의 수익성은 납품을 받는 현대ㆍ기아차에 달렸다. AS 부품도 독점이라 현대모비스가 가격을 결정한다. 결국 정 부회장의 후계구도를 돕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의 이익을 줄이지 않겠느냐는 게 기관들이 투자에 주저하는 이유다.


설령 후계구도를 위해 현대모비스를 희생시킨다고 해도, 잠시뿐이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한 후에도 그룹에 대한 강력한 지배력을 가지려면 자사주 매입과 인적 분할(주주 구성이 같도록 한 회사를 둘로 쪼개는 것)이 필요하다. 현대모비스를 지주사와 사업사로 나누고, 이후 자사주와 주식 맞교환(swap)을 이용해 지주사 지분을 배가(倍加)시켜야 하는데, 이때는 사업회사가 될 현대모비스 양대 사업 부문의 가치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뫼비우스의 띠’가 겉과 속의 경계가 없는 단측곡면(單側曲面)인 이유는 ‘꼬임’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그룹 내에서 총수의 개인 지분이 가장 중요한, 실질적인 지주회사다. 이 점은 현대차그룹과 현대모비스의 경계를 없애는 중요한 ‘꼬임’이다. 정몽구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확실히 하자마자 현대모비스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현대ㆍ기아차 AS 부품 독점권을 주고, 거의 자동차 조립에 준(準)하는 모듈 사업을 넘긴 것은 뫼비우스의 띠를 더욱 탄탄히 유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대정공에서 바뀐 현대모비스의 사명 유래는 정태영 현 현대카드ㆍ캐피탈 사장이 회사에 근무할 당시 ‘모바일과 시스템(mobile+system)’을 합쳐서 만든 데에서 비롯됐다. 만약 현대차그룹에서의 위상을 감안해 좀 더 철학적인 이름을 붙였다면 ‘현대뫼비우스’도 괜찮았을 듯싶다.

후계구도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 지배구조 핵심에 있는 기업의 주가 상승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잠시 주가 부진을 방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배기업이라는 속성이 변하지 않는 한, 그 핵심 가치는 불변이므로 기업 가치도 곧 정상을 회복할 수밖에 없다. 머그잔이든, 도넛이든 모두 같은 입체물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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