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지도부는 중국과 미국이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제 부진과 정치 혼란이 계속된다면 중국이 결국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중국의 권위있는 정치 분석가가 전망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왕지쓰(王緝思)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센터 주임은 이번주 출간 예정인 ‘중ㆍ미 전략적 의심에 대한 해석’이라는 저서에서 이같이 밝히며 많은 중국 지도자들이 미국을 ‘꺼져가는 권력’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왕지쓰는 중국 공산당과 외교부 자문 역할을 하는 중국내 영향력 있는 중미 관계 전문가다. 뉴욕타임스는 왕 주임이 베이징 뿐만 아니라 워싱턴 정가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권위를 갖고 있다며 그의 노골적인 주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책의 내용을 소개했다.
미국의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바 있는 케네스 리버설(Kenneth Lieberthal) 미국 부루킹스연구소 중국센터 박사가 이 책의 공동 저자다.
케네스 리버설은 양국 간의 전략적 불신이 이미 곪을대로 곪았으며 이를 수정하려 하지 않으며 결국 대놓고 대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왕 주임은 중국과 미국의 의도된 상호 불신임을 양국관계의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꼽았다.
특히 왕 주임은 중국 지도부는 미국을 더이상 대단하거나 신뢰를 지키는 나라로 보지 않으며 중국과 세계에 대한 권고가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과의 권력차를 좁혀 갈 수 있었다면서 2003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가 중국의 8배였지만 지금은 3배에도 못 미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 중국의 지도자들은 언론과 교육의 세뇌를 받아 중국의 시대가 올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견지돼온 ‘도광양회(韜光養晦ㆍ재능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 외교정책이 곧 권력에서 물러나는 후진타오 시대에 와서 끝을 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문제는 (몇 십년이 아닌) 몇 년 만에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 될 것이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금융 면에서 성과를 거뒀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와 같은 국제 행사를 치루면서 쇠락하는 미국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가 피폐해짐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중국의 급속한 성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항공기와 선박을 동원해 중국 주변을 감시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미국이 지원하는 중국의 인권조직에 대해 중국 지도부는 국가를 서구화하고 공산당을 붕괴시키는 세력으로 보고 이를 용인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케네스 리버설 박사는 지난 주 중국 칭화대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과 미국의 이같은 경쟁관계와 상호 불신 때문에 향후 15년간은 대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세계 2대 강국이 상대방을 누르기 위해 막대한 군비를 지출하고 다른 나라로 하여금 서로 자국을 지원하도록 할 것이라며 가장 나쁜 상황은 이로 인해 실제 무장 충돌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