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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전지르포>강남을-극과 극이 맞붙었다. 김종훈 VS 정동영

서울 강남을은 마치 대선을 방불케 하는 거대담론이 충돌하는 전쟁터다. 한미FTA의 전도사(김종훈)와 대표 반대론자(정동영)가 맞붙어 찌릿찌릿 전운이 감돈다. 지역 현안을 넘어, 한미FTA, 사회양극화 등 각종 이슈가 출몰한다.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는 극과 극이 맞붙으니 여당이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이 지역에도 전과 달리 팽팽하다. 

1일 TV 토론에 출연한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는 물 만난 고기처럼 상대를 공격했다. 정 후보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잘라 넘긴,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고 몰아붙였고, 김 후보는 “본인은 반미라고 주장하면서, 아들은 그 많은 돈을 들여가며 미국 사람으로 만들려 하느냐”고 공세를 퍼부었다.

두 후보가 격돌하는 강남을은 강남의 대표 부촌(富村) 대치동을 비롯해 개포ㆍ세곡ㆍ수서ㆍ일원동 일대를 아우른다. 거대한 주상복합아파트와 구룡마을 판자촌이 공존, 대한민국 양극화의 집약판이다. 재건축과 교육을 둘러싼 주민의 열망이 유독 뜨거운 곳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는 쭉 새누리당의 텃밭이었다. 지난 25년간 단 한 번도 야당 의원이 배출되지 않은 야당의 불모지다.

김종훈 후보는 늦게 공천받은 만큼, 지역민들과 짧게 만나더라도 살가운 표현을 하려 애쓴다. 김 후보는 지난 주말 개포동 포이초등학교 앞 상점 일대를 돌며 주민들과 인사했고, 길가는 아이들에게는 “아저씨 등에 붙은 글씨(1번 김종훈) 좀 봐줘”라며 적극 홍보했다.

이후 개포 4동 밀미리 경로당에 들러 노인들에게 “인사드리겠습니다”며 넙죽 큰절 올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게임에 열중하는 노인들에게 “누가 따셨습니까. 이렇게 찾아왔는데 돈버는데 열중하십니까”라며 농담을 건네는 여유도 부렸다.

김모(73ㆍ개포동)씨는“(정동영과 김종훈) 아주 극과 극이 만났어”라며 “한번 지켜볼거야”라고 했지만, 노인층 다수는 “우리는 무조건 1번이야”라며 여당 텃밭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김 후보는 “강남은 대한민국의 중심이다. 그런데 강남을은 제대로 모습을 갖춘 곳이 있는가 하면,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시설도 많다. 성장은 계속하면서 따스한 시장경제를 만드는 것을 모범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정 후보에 대한 공세도 늦추지 않았다. 그는 “한ㆍ미 FTA뿐 아니라 대한민국이 발전시켜온 가치를 상당 부분 부정하는 분으로, 말을 바꾸고 반대를 일삼는 모습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 후보는 노란색 민주당 점퍼 대신 “함께, 정동영”이라고 쓰인 흰색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을 펼쳤다. 기존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노린 것으로, 주민들과 만날 때도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선거운동을 펼친다.

 정 후보측의 슬로건은 “다음 세대를 위한, 더 나은 가치. 당신이 날개가 되어 주세요”다. 정 후보는 유세차 뒷면을 날개 그림을 가르키며 “장사 안돼서 힘든 분들, 개포 단지 재건축 안 돼서 힘든 분들, 구룡마을 주민들, 그분들께 날개가 필요하다. 제가 날개가 돼 드리겠다”면서 “유세차 뒷면에 황금색 날개 그려져 있다. 거기 서시면 날개 달고 올라가는 사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공교롭게도 새누리당도 날개를 달아 드리겠다고 하는데, 그 날개는 밀랍으로 돼 있다. 그 날개 달으면 멕시코 젊은이처럼 비정규직 인턴이 될 것”이라며“양극화 세상에 우리 아들 딸을 맡길 수 없다. 정권을 바꿔서 황금 날개를 달아 드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유독 젊은 층의 지지가 뜨거운 정 후보의 유세지역에는 활기가 넘쳤다. 20, 30대 유권자는 “힘내세요”라며 여당의 전통 텃밭에 도전한 정 후보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최근 정 후보가 지역 현안인 재건축에 키를 갖고 있는 박원순 시장과 지역민 사이에 다리를 놓으면서 기대감을 품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치동의 조모(40) 씨는 “정동영 후보가 인지도는 높지만, 여기는 여당 지지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개포동의 정모(52) 씨는 “젊은 층은 정동영 후보를 지지할 것 같고, 나이 드신 분들은 김종훈 후보를 찍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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