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학생들 상담·면담
타업무 쫓겨 엄두못내
준비없는 탁상행정
학생·학부모들도 혼란만

서울 A중학교 2학년 담임교사 박모(30ㆍ여) 씨. 박 씨의 학교는 복수담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 학기가 시작되면서 교과 전담 교사가 복수담임으로 박 씨의 반에 배치됐다. 역할은 이른바 ‘관심 학생’ 5~6명을 관리하고 상담하는 일. 하지만 해당 학생만 따로 불러서 상담하기 어렵고 설령 상담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박 씨의 업무가 줄지 않는다. 박 씨가 복수담임에게 상담내용을 전달받고 다시 학생과 개인면담을 진행하는 등 시간이 배로 소모돼서다. 게다가 복수담임 교사가 박 씨보다 연차가 3년 이상 높아 말을 꺼내기도 조심스럽다.

박 씨는 “준비기간 없이 무턱대고 제도를 시행하다보니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2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고, 대책이 학교 현장에서 시행된 지 한 달이 흘렀다. 대책 중 복수담임제가 현장의 원성을 한몸에 받고 있다. 복수담임제는 학급 담임을 2명씩 배치해 업무를 분담토록 하는 제도로 지난달부터 ‘중학교 2학년 우선 실시’(30명 이상 학급 기준), ‘초ㆍ고교는 자율 실시’(고교는 38명 이상 학급 대상)가 원칙히다. 복수담임에게는 담임 수당이 매달 11만원씩 지급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1일 전국 중학교 10곳 중 9곳 이상이 복수담임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허나 교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서울 B중 2학년 담임교사 김모(33) 씨는 “학생과 학부모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우리 학교의 경우 복수담임이 학생 및 학부모 상담과 생활지도 업무를 맡고 있는데, 어느 학부모가 정식담임이 아닌 복수담임에게 상담을 하고자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초ㆍ고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교과부가 2월 말 각 시ㆍ도 교육청을 통해 전국 초ㆍ중ㆍ고교에 발송한 복수담임제 운영 관련 공문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5~6학년을 대상으로 자율적으로 복수담임제를 운영하도록 돼 있다. 고등학교는 38명 이상 학급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다양한 학교모델을 만들어서 추진하라”는 정도다.

때문에 복수담임을 배치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업무 분담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

경기 B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 홍모(28ㆍ여) 씨는 “현재 5학년 4개반이 복수담임을 운영 중이지만 사실 배치만 됐을 뿐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다”며 “5학년 담임 선생님을 제외하고 다른 학년 선생님은 복수담임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담임비만 낭비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복수담임제가 되레 업무 부담만 늘렸다는 불만도 있다.

신설 학교인 서울 C고 1학년 담임교사 하모(52) 씨도 “복수담임제를 시행하면서 20여명 남짓한 교사가 모두 담임을 맡고 있다”며 “수업ㆍ행정업무에 담임업무까지 맡게 되니 일이 배로 늘어났다”고 토로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