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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태우 정부, 보안사 가동…YS·DJ땐 경찰 사직동팀…안기부 미림팀 X파일 사건
BH 하명 사찰의 어제와 오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확산됨에 따라 과거 정권의 사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처럼 불법사찰은 청와대(BH) 하명에 따라 이뤄지고 정식 보고라인이 아닌 비선라인을 통해 보고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정권 비호의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유신정권에서 공공연히 자행됐던 민간사찰은 1980년대를 지나면서 서서히 세상에 알려졌다. 노태우정부 때인 1988년 국가 보안사령부에 근무했던 재일동포 김병진 씨는 ‘보안사’라는 책을 통해 정치공작과 불법사찰 문제를 폭로했다. 또 1990년에는 보안사가 야당의 유력 정치인을 비롯해 정치인과 학계, 종교계, 문화예술계, 노동계의 주요 인사 1300여명을 불법사찰한 것으로 드러나 국방부 장관이 전격 경질되기도 했다.

김영삼ㆍ김대중정부 시절 청와대 하명 사건 수사를 전담한 곳은 경찰의 ‘사직동팀’이다. 사직동팀은 이 팀이 삼청터널 근처의 사직동 안가에서 은밀히 작업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옛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별칭이다.

사직동팀은 1999년 최초의 특별검사제가 도입된 ‘옷로비 의혹사건’에 연관돼 널리 알려졌다. 이 사건은 최순형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이형자 씨가 남편 구명을 위해 시도했던 실패한 로비로 결론이 났지만, 당시 이 과정에서 사직동팀이 사건을 축소ㆍ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사직동팀은 야당 정치인의 부인까지 불법사찰하고 권력 실세에게 비선보고를 했다는 의혹에 시달렸고, 결국 2000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4~97년께는 안기부의 ‘미림팀’이 최고급 한정식집이나 호텔 식당 등에서 정ㆍ관ㆍ재계 고위인사의 대화를 불법감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대통령선거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도청하는 등 1888여명을 상대로 도청을 시도한 미림팀의 불법사찰은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검찰은 미림팀의 감청내용이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 씨에게 보고됐다는 정황도 포착했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전신인 조사심의관실이 국회의원과 지역 체육단체장ㆍ직능단체장 등 민간인을 사찰한 사실이 확인됐다. 불법사찰이냐 공식 감찰이냐가 정치 쟁점이 된 가운데 합법적 정식 보고라인을 통했는지, 비선라인으로 보고했는지 여부도 핵심 쟁점이다.

현 정부 들어 김종익 당시 KB한마음 대표가 사찰을 받은 2008년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공식 보고라인은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이강덕 공직기강팀장→정동기 민정수석비서관이었다. 그러나 이영호 전 대통령고용노사비서관 등 비선라인을 통한 보고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불법사찰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오연주 기자>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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