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월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낯선 이름과 얼굴들이 많다. ‘안철수 열풍’에 여야 모두 인적 쇄신과 개혁을 외치며 공천에 나섰던 까닭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무늬만 새 얼굴’이라는 비아냥이 끊이질 않고 있다. 3, 4선의 중진 현역 의원들이 자신의 ‘아바타’를 내세워 선거에 임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치 신인 박요찬 새누리당 후보는 4선의 당대표까지 지낸 안상수 의원을 물리치고 경기 의왕ㆍ과천에서 공천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는 당시 인적 쇄신이라는 새누리당의 공천 방침이 극명하게 반영된 사례로 평가했다. 안 의원은 ‘탈당과 무소속 출마’ 카드까지 고심했을 정도로 당 지도부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 28일 의왕ㆍ과천 새누리당 후보 사무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안 의원 검사 시절, 박 후보가 밑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내가 손잡고 유세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안 의원의 박 후보 밀어주기는 강했다. 안 의원의 지역구 사무소가 있는 건물 바로 아래층에 박 후보는 선거사무소를 마련했다. 또 선거캠프도 안 의원의 것을 그대로 물려받아 운동 중이라고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안산 단원갑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안산에서 시작해 야당의 거물이 됐고, 이제는 서울 강남에 도전장을 낸 천정배 의원을 대신해 단원갑에 뛰어든 사람은 천 의원의 사촌동생 조성찬 후보(통합진보당)다. 조 후보는 민주통합당에서 이 지역에 전략공천한 백혜련 변호사를 근소한 표 차이로 누르고 민주ㆍ진보당의 단일 후보가 됐다.
정치권에서는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야심 차게 영입했던 백 변호사를 진보당의 조 후보가 이길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천 의원과 함께했던 인사들의 보이지 않는 도움을 꼽았다. 조 후보는 지금도 천 의원 계열로 분류되는 인사들과 선거운동을 함께하고 있다.
사촌동생을 넘어 자신의 아들에게 지역구 대물림에 나선 경우도 있다. 이용희 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유선진당을 탈당, 민주당에 입당했다. 아들인 이재한 후보에게 충북 보은ㆍ옥천ㆍ영동군을 물려주기 위한 꼼수였다. 이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금고형 이상 비리 전력자 배제 룰에 걸려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겨 당선됐다.
이 밖에 서울 노원갑의 김용민 민주당 후보는 ‘나는 꼼수다’를 함께 기획ㆍ진행했던 정봉주 전 의원의 추천으로 공천을 받았다. 노원갑에 살고 있는 30대 유권자 김모 씨는 “정봉주 전 의원을 좋아하긴 하지만 김용민이 나오는 건 좀 그렇다”며 “이 지역구가 정봉주 개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왜 갑자기 김용민을 내보내는지 모르겠다”며 지역구 세습 논란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최정호ㆍ홍석희 기자/choi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