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신용카드 가계부채 주범?
저신용자 카드대출가계빚 악화 우려불구
작년 106조9000억 불과
2003년 276조보다 양호
연체율도 1.91% 수준
전문가 “제2 카드대란은 기우”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신용카드가 꼽히고 있다.
국민 한명 당 5장 가까이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카드사용 실적도 매해 급증한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은행에 비해 저신용등급자가 대출을 많이 받는 구조를 들어 신용카드 대출 증가가 가계빚을 악성화시킨다는
염려도 나온다. ‘제2 카드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린다.
하지만 카드사태가 빚어졌던 2002년에 비해 신용카드 실적의 구조가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단순히 카드 사용량이 늘어났다고 해서 가계부채 증가 및 부실의 주요인으로 카드사를 몰아부쳐서는 곤란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가진다.
이 같은 일방적인 호도는 경기 둔화에 따른 적자 가구 증가, 포화상태에 이른 자영업자 증가 및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대출 부실화 우려 등 근본 원인에 대한 치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신용카드 실적 늘어나지만, ‘질(質)’이 다르다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판매와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카드대출을 합친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약 558조5000억원에 이른다. ‘카드사태’ 직후인 2003년보다 40조원 가량 높은 수치다. 카드대출은 물론 신용판매 역시 기본적으로 ‘빚’을 지는 개념임을 근거로 이것이 가계부채 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이용 실적을 세세히 살펴보면 단순한 수치 증가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리에는 어폐가 있다. 517조3000억원 가량의 이용실적을 보인 2003년의 경우 신용판매는 240조6000억원, 카드대출은 276조7000억원이었다. 신용카드의 본업인 신용판매보다도 카드대출이 더 많은 기형적인 구조였다. 반면 지난해 신용판매 실적은 451조6000억원, 카드대출은 106조 9000억원을 나타냈다. 카드대출은 오히려 반토막이 난 셈이다. 무소득자에게도 무분별하게 신용카드가 발급되고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대출과 소위 ‘돌려막기’로 귀결되던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신용판매가 지나치게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신용카드 사용 생활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굳이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대부분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해 졌다. 여기에 국세 납부 등 신용카드 사용처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늘어난 카드는 554만장이지만 이 가운데 56.3%(311만9000장)는 정부의 복지기금 지원 목적으로 발급한 바우처 카드 및 하이패스 카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가계부채에서 카드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대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카드발급 증가로 인한 가계부채 부실화 촉발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밝혔다.
▶ 카드대란 재발 우려 ‘기우’ = 일각에서 지적되고 있는 ‘제2 카드대란’ 염려도 과장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난해 카드사 총채권 기준 연체율은 1.91%로 1.68%에 비해 증가했으나 2002년 말 6.6%에 비하면 훨씬 양호하다. 카드사태가 터진 2003년말 연체율이 28.3%에 이른 것을 보면 비교하기 어려운 수치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 아래의 연체율은 카드사들이 충분히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이를 근거로 최근 “현재로서는 제2의 카드대란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카드업계도 리스크 관리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대란을 겪은 후 신용카드사들도 엄격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며 “특히 과거에 비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에게 카드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소득이 없는 미성년자에게는 카드를 내주지 않고 있고 당국의 지도하에 휴면카드 정리도 나서고 있다.
나이스 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7~10등급 저신용자의 대출잔액 분포 비중이 카드는 전체 29.1%인 반면 보험 35.2%, 저축은행 62.3%에 달했다.
다만 은행의 대출 문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서민들이 카드사를 비롯한 제2금융권으로 대출이 옮겨가고 있는 만큼 부실화가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남현 기자 @airinsa> / airins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