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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 스토리> 투기적 外人 증시이탈 가능…‘금리의 변심’을 경계하라
당초 올해 상저하고를 예상했던 증시 전문가들이 가장 간과했던 부분이 바로 국제금리(LIBOR)다. 지난해 12월 23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장기국채프로그램(LTRO)을 시행하면서 5개월 새 0.25%에서 0.57%까지 치솟았던 리보(3개월)가 하락하기 시작했고,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가 본격화했다. 리보가 0.1%포인트 하락하는 동안 외국인은 10조원이 넘는 한국 주식을 샀으니 금리의 위력은 정말 대단하다. 실적보다는 유동성이 좌우하는 장세이니만큼 당연한 일이지만, 이전부터 국제금리는 환율과 함께 외국인 유동성의 방향을 가늠하는 가장 좋은 지표다.

그런데 최근 금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올 1~2월까지만 해도 2차 LTRO나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3월 들어 이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리보는 지난 5일 0.48%에서 0.47%로 내려선 이후 3주 가까이 제자리다. 이 기간 미국의 10년 국채는 2.02%에서 2.36%로 34bp나 올랐다. 상승률로 따지면 무려 16.8%에 달한다. 역시나 1~2월 두 달간 10조원을 사들였던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는 이달 들어 겨우 300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리 상승은 증시에 크게 두 가지 영향을 미친다. 먼저 유동성 위축 효과다. 돈의 값이 비싸지면 돈을 빌려 투자하려는 수요가 줄어든다. 애초에 변동금리로 돈을 빌린 경우라면 투자금을 회수해 빚을 갚으려 한다.

두 번째는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 격차 축소다. 위험이 큰 주식투자와 위험이 작은 채권투자 간 수익률 격차인데, 좁아지면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채권보다 못해진다는 뜻이다.


최근 분석을 보면 금리 상승, 즉 채권값 하락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 감소이므로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높아진 것이란 풀이가 있다. 그럴 듯하지만 최근의 금리 상승은 좀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많다. 실물경기가 좋아 자산가격이 오를 때의 금리 상승은 호황에 대한 증거지만, 유동성에 의한 자산가격 상승기의 금리 상승은 유동성 축소의 징후다. 2009년 이후 증시의 에너지원은 선진국의 통화공급이었는데, 이제는 추가적인 통화공급이 더 없을 확률이 높아졌다.

최근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엔화차입투자(엔캐리트레이드)에 대한 기대가 일고 있지만, 일본 역시 장기국채의 시장금리가 최근 급등하고 있다. 절대금리 수준이 워낙에 낮기는 하지만, 금리 상승이 차입투자자에게 좋은 소식일 리 없다. 또 LIBOR가 아직도 0.5%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굳이 환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엔화 차입에 적극적일 이유도 적어 보인다. 물론 일본 내국인 투자자의 해외투자 매력이 커져 있지만, 노령자가 많아 위험을 싫어한다. 특히 한국 주식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고 한다.

코스피를 떠받쳤던 글로벌 유동성 에너지가 약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경기가 좋아진다지만 반대편에는 중국 경제성장 둔화라는 부담이 있다. 우리 경제가 대외변수에 민감하다보니 증시의 변동성도 크다. 그리고 이를 노린 투기적 외국인 비중도 높다. 올 들어 유입된 10조원의 외국인 순매수 가운데도 단기차익을 노린 거래가 절반 이상일 것이란 추정이 많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조심할 때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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