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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손보험의 덫’에 걸린 손보업계
최근 보험사들이 보험료 조정에 바쁘다. 다음달부터 새 경험생명표가 적용되면서 암보험 등 일부 상품과 갱신시점이 돌아오는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료 재조정이 불가피해서다.

하지만 유독 실손보험의 갱신보험료 인상폭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왜 일까? 인상폭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생보보단 손보업계가 비난의 중심에 서 있다. 생보사들은 지난 2009년 9월께 가입자도 치료비의 10%를 부담토록 한 ‘실손보험 표준화’ 작업 이후 상품 판매를 본격화했고, 전액보장 상품도 팔지 않은 탓에 손해율로 인한 경영부담이 없는 상태다. 반면 손보사들은 표준화 작업 이전부터, 특히 2008년부터 전액보장 실손보험을 경쟁적으로 팔아 온 것이 결국 제 무덤을 판 꼴이 됐다. 판매초기 실손보험은 지금처럼 손해율이 나쁘지 않았다. 손해율이 좋으니 손보사들은 아예 전액보장을 무기로 과당경쟁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똑똑한(?)소비자들과 병의원들이 이를 악용, 과잉의료를 야기했고 이로 인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손실이 커지자 결국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상카드를 내놓았다. 기업 입장에선 당연하다. 하지만 인상폭이 너무 크다보니 소비자들의 불만이 없을 수 없다.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이었음을 손보사들은 또 한번 반성해야 한다. 과당경쟁을 했다는건 언더라이팅을 허술하게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려 국민의 절반정도인 2600여만명이 실손보험 가입자라는 것은 이를 짐작케한다.

과당경쟁에 적정 보험료를 받았는지도 의문스럽다. 손보의 경우 실손보험 가입 1건당 평균보험료가 8000~9000원인데 반해 생보는 무려 1만 5000원에 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생보사가 판매한 실손보험의 보장 수준은 손보사들보다 약하다.

종합해보면 손보는 보험료를 덜 받았고, 생보는 다소 과도하게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손보사들은 과당경쟁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또 이를 소비자들에게 모두 전가하려해서는 안된다. 최근 보험료 인상폭을 두고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선 이유다. 금융당국도 보험료를 인상하지 말라는게 아니다. 작금의 사태를 자초한 손보사들도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인상률의 착시현상’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적정보험료가 100원이었는데 가격경쟁을 하다보니 50원밖에 못받았기에 지금 100원을 받겠다”는 손보사들의 주장에 소비자들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100원내다가 10원 올리면 인상률은 10%나 50원받다가 10원 올리면 20%다. 이는 곧 소비자의 체감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실손보험은 20% 안팎 선에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손실분은 손보사들이 부담하는 건 마땅하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실손보험의 인상폭을 두고 담합과 타당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특별검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을 호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비자단체라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지적을 하는게 마땅하다. 억지 논리로 혼란을 부추켜서는 안된다. 물론 이에 앞서 손보사들은 과당경쟁의 폐해를 뼈속 깊이 반성해야 한다. ‘실손보험의 덫’에서 쉽사리 빠져나오긴 힘들겠지만 말이다.

<김양규 기자 /@kyk7475>
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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