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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위기가 만든 ‘반전’…포르투갈인 일자리 찾아 모잠비크行
포르투갈 치과의사인 세실리아 마르케스(43ㆍ여)씨는 1990년대말, 모잠비크에 있는 치과대학에 취업해달라는 요청을 받자마자 “미친 소리”라며 일축했다. 당시 모잠비크는 내전이 끝난 직후로,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가장 못사는 나라였던 만큼 이런 반응도 무리는 아니었다. .

그러나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상황은 급반전했다. 모잠비크의 올해 경제는 7.5% 가량 성장할 걸로 예상된다. 반면 포르투갈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탓에 경제가 파탄(올해 경제성장률 -1.8% 전망)나자 실업률이 살인적이라고 할 만큼 고공행진 중이다.

모잠비크를 ‘홀대’했던 마르케스씨는 1년여전 이 나라의 수도 마푸토에 새 삶의 터전을 잡았다.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던 남편이 포르투갈을 떠나 마푸토에 상점을 내자 합류한 것이다.

마르케스씨 부부처럼 포르투갈의 경제난을 피해 세계 최빈국이지만, 성장속도는 가장 빠른 모잠비크로 피신(?)하는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현상은 선진국 입장에선 이른바 ‘역(逆) 두뇌 유출’이다. 한 때 아프리카의 인재들이 선진국에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고국을 떠났다. 하지만 이젠 선진국의 의사ㆍ변호사ㆍ건축가ㆍ엔지니어 등 ‘고급두뇌’가 아프리카에서‘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고 한다. 경제위기가 불러온 웃지 못 할 ‘반전’인 셈이다.

현재 마푸토에 거주하는 포르투갈인은 약 2만명에 달한다. 모잠비크 주재 포르투갈 영사관에 따르면 모잠비크 이민 희망자는 지난 2년여간 10%나 늘었다. 이 때문에 마푸토의 집값이 폭등해 포르투갈인들은 수도 외곽에서라도 집을 찾으려는 기(奇)현상마저 벌어진다.

모잠비크와 같은 남아프리카 국가의 상당수는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데다 석탄, 가스 등 천연자원이 풍부해 최근 눈부신 경제발전을 하고 있다는 점이 포르투갈인의 유입에 속도를 내게 한다.

포르투갈은 또 모잠비크 전력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카호라 바사 댐’의 운영을 맡고 있어 두 나라의 관계는 밀접하다. 또 포르투갈의 식음료 업체는 물론 건설ㆍIT업체도 현지 진출이 활발하다.

그러나 포르투갈인의 모잠비크 정착이 장밋빛만은 아니라고 FT는 지적했다. 현지 취업이 가능한 외국인 숫자가 제한돼 있는 데다 사업에 실패해 고국으로 되돌아가는 포르투갈인도 적지 않다.

포르투갈 출신의 마뉴엘라 피게이레도 치안판사는 “모잠비크에선 모든 일이 아주 천천히 진행된다”며 “남편을 따라 이 곳에 왔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원봉사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량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에 대한 모잠비크인들의 반감도 무시할 수 없다. 모잠비크의 한 은행 고위임원은 “포르투갈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돈을 갖고 오지도 않을 뿐더러 수준이 높지도 않다”면서 “우리와 경쟁하려하는데 앞으로는 이런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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