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 짱짱한 학벌의 엄친딸 모델, 런웨이를 접수하다
세계 패션업계를 주름잡는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는 얼마 전 ‘비난받을 만한’ 발언으로 몇몇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영국의 팝스타 아델(Adele)을 “뚱뚱하다”고 평가한 게 발단이다. ‘롤링 인 더 딥(Rolling in the deep)’이라는 노래로 올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을 석권한 ‘대세’ 아델에게 이런 혹평을 한 것만으로도 팬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아델은 외모가 아닌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이며, 삐쩍 마른 패션모델과는 다른 생태계에 사는 종(種)이기 때문이다.

라거펠트의 지적이 크게 틀린 건 아니다. 아찔한 킬힐(굽이 높은 구두)을 신고, 속살이 훤히 비치는 옷을 걸친 채 런웨이(모델들이 패션쇼에서 걸어가는 길)를 오고 가는 180㎝에 육박하는 장신 모델은 외형상으론 애초부터 아델과 비교 불가여서다.

그런데 이런 모델계에 새로운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고 영국 유력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식’의 배경 없는 소녀보다 누구라도 부러워할 학벌이 뒷받침된 ‘엄친딸(엄마 친구의 딸이라는 뜻의 신조어로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이라는 의미)’이 모델계에서 환영받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샤넬과 에르메스가 사랑하는 모델상(像)=빨강머리의 릴리 콜이 대표적이다. 케임브리지대 미술사학과를 최우수 성적으로 최근 졸업했다. 콜은 명품 브랜드 ‘샤넬’과 ‘에르메스’가 특히 선호하는 모델이다. 영화 ‘주랜더(Zoolander)’에서 모델들은 경찰과 다투고 담배를 피우는 등 멍청한 이미지로 묘사됐던 것을 떠올리면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인 케임브리지대를 나온 재원이 모델로 일한다는 건 상전벽해 수준이다.

또 한 명의 ‘엄친딸’ 에디 캠벨에게도 이코노미스트는 주목했다. 캠벨도 런던에 있는 코토드미술연구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있다. ‘버버리’와 ‘비비언웨스트우드’ 등 유명 브랜드가 주최하는 쇼에 자주 출연하는 자케타 휠러의 경우 교도소 수감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자선 캠페인에도 참석한다.

런던의 모델에이전시인 ‘비바’의 내털리 핸드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아주 젊고 눈길이 가는 모델이 잘나갔지만, 이젠 머리에 든 게 있고 매너가 좋으며 교육을 잘 받은 모델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1960년대 스타급 모델인 트위기는 공장 노동자의 딸이었고, 유명 모델 케이트 모스의 어머니는 바에서 일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10년 전과 달리 집안형편이 좋지 않던 소녀가 모델로 갑자기 부자가 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젊은 나이에 눈에 띄는 외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돈방석에 앉은 모델들은 대부분 마약에 절어 살며 화보 촬영시간 등을 지키지 않는 게 다반사였다. 이는 모델에이전시는 물론 패션 브랜드에도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일인 점은 불문가지. 시간 약속을 ‘칼같이’ 지키고 일탈을 하지 않는 ‘엄친딸’형 모델에 대한 수요는 그래서 자연스럽게 늘고 있다.



▶모델 스카우트도 신흥국에 몰려=세계 경제구도가 미국ㆍ유럽에서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듯 국제적인 모델에이전시의 모델 수급도 신흥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모델 수급을 위해 가장 뜨거운 경쟁이 펼쳐지는 지역은 브라질이다. 브라질 여성들은 키가 훤칠할 뿐만 아니라 탄탄한 몸매와 인상을 지녀 모델로서의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업계에서 평가받는다.

모델 비즈니스는 그러나 예측 불가한 측면이 많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외모만 봤을 때 과거엔 누구도 케이트 모스가 스타덤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모스는 이른바 ‘그런지룩(깔끔하지 못한 헌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의 의상)’을 가장 잘 소화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향후 주목받게 될 모델은 어떤 스타일일지 전망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엄친딸’과 같은 모델이 추앙받는, 새로운 트렌드의 지속 가능성을 점치기도 힘들다.

다만 패션ㆍ모델업계에서 변하지 않는 ‘슈퍼갑(甲)’은 존재한다. 바로 ‘구찌’ ‘버버리’ ‘샤넬’ 등과 같은 ‘슈퍼브랜드’다. 일례로 구찌와 유명 브랜드 ‘마크제이콥스’의 경우 중요한 패션쇼를 앞두고 유명한 모델을 싹쓸이해 그 진가를 알리고 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